달러 가치의 변화추이
[2007 지구촌] ⑧ 흔들리는 ‘기축’통화
석유통화 지위도 금가…각국 외환보유 달러↓ 유로↑
미국의 랩 가수 제이 지는 지난달 발표한 뮤직비디오, ‘블루 매직’에서 뉴욕을 활보하며 돈 자랑을 한다. 그러나 그가 흔들어댄 돈다발은 달러가 아닌 500유로짜리 지폐였다. 달러가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달러가 끝간 데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달러 가치는 지난 7년 동안 유로에 비해 40% 이상 떨어졌다. 특히 올 들어 그 속도가 가파르다. 연초에 비해 12% 가까이 하락했다. 이러다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이미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의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999년 71%에서 올 2분기 64.8%로 줄었다.
아랍 산유국들의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 폐지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쿠웨이트가 5월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디다 못해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으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도 복수통화바스켓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의에서는 석유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바스켓 통화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달러의 위상을 심각히 훼손할 만한 주장이었다. 달러가 누려온 기축통화로서의 위상 상당부분이 달러가 독점적 석유 결제수단이라는 점에서 비롯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란은 이달 8일 모든 원유의 달러 결제를 완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달러 위기는 구조적인 요인에 경기순환적 요인이 겹치면서 증폭됐다. 미국은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이 적자는 주로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미국 재무부 채권 등 달러 자산 재투자에 의해 메워졌다. 그러나 지속적인 적자 확대는 외국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인해 미국발 ‘불황’ 우려가 나오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문제는 달러의 추가 하락을 막을 미국 당국의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라는 정반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달러의 추락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1977~79년과 1985~88년, 1993~95년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달러 위기론이 대두한 바 있다. 그러나 달러는 위기를 넘기고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켰다. 이번 달러 추락도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그러나 달러의 권위에 도전할 만한 통화, 즉 유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99년 유로 출범 당시 마르크, 프랑, 리라 등 유럽권 통화의 세계 외환보유고 비중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 2분기 유로의 비중은 25.6%로 늘어났다. 유로가 달러의 위상 하락을 보완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여기에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인해 미국발 ‘불황’ 우려가 나오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문제는 달러의 추가 하락을 막을 미국 당국의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라는 정반대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달러의 추락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1977~79년과 1985~88년, 1993~95년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달러 위기론이 대두한 바 있다. 그러나 달러는 위기를 넘기고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켰다. 이번 달러 추락도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그러나 달러의 권위에 도전할 만한 통화, 즉 유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99년 유로 출범 당시 마르크, 프랑, 리라 등 유럽권 통화의 세계 외환보유고 비중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 2분기 유로의 비중은 25.6%로 늘어났다. 유로가 달러의 위상 하락을 보완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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