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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동맹 깨지고… 경제 무너지고…기운 센 부시 ‘날개 없는 추락’

등록 2007-12-17 21:17

이라크 미군 사망자 집계 / 세계 안정을 가장 위협하는 나라
이라크 미군 사망자 집계 / 세계 안정을 가장 위협하는 나라
2007 지구촌 ① 대테러전쟁의 역풍
2007년 지구촌은 격동의 연속이었다. 실패한 미국 주도 ‘대테러전쟁’의 역풍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침몰은 물론 맹방 지도자들의 추락을 불러왔다. 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은 세계경제에 직격탄을 날렸고, ‘달러 패권’의 종언을 알렸다. 제정 러시아 ‘차르’를 방불케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와 존재감을 넓혀가는 중국은 다극체제의 도래를 앞당긴다. 2007년을 뜨겁게 달군 지구촌 현장들을 몇차례에 걸쳐 되돌아본다. 편집자

7년째 전쟁 ‘피로감’
미군 사망 계속 늘고
동맹국 철군 ‘외톨이’

테러와의 전쟁은 벌써 7년째로 접어들었다. 승리자는 없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선 애꿎은 병사들과 민간인들의 주검만 쌓여간다. 테러세력이 약화했다거나 국제사회가 안전해지고 있다는 조짐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막대한 대테러 예산은 각국 경제에 주름살을 지우고, 한층 까다로워진 공항의 입·출국 검사는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더해준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빨아들인 대테러전쟁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이다.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의 레임덕은 일찌감치 찾아왔다. 텍사스주 주지사 선거 때부터 14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백악관의 타짜’ 칼 로브 정치고문이 지난 8월 사임하는 등 ‘텍사스사단’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곁을 떠나, 그는 여느 해보다 쓸쓸한 겨울을 맞고 있다.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들조차 부시와 ‘거리두기’에 애쓰고 있다.

대테러 동맹은 사실상 와해됐고, 이라크·아프간에선 동맹국들의 철군이 잇따른다. ‘부시의 푸들’로 조롱받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국내의 고조된 반미 감정에 밀려 권력을 내놓아야 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대리인’을 자처하던 존 하워드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또한 역풍에 휩쓸려 11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네오콘) 세력과 ‘찰떡 공조’를 자랑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에 이은 테러특별법 연장 실패로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부시의 전쟁’에 대한 비판은 이미 지구촌의 공감대가 됐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국제정치)는 “대테러전쟁은 일방주의를 관철하고 반미국가를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명분”이라고 지적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는 “이란·이라크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총체적 해결이 아닌 증상 치료에 그쳤다”고 말했다.


초당적 인사들로 구성된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스마트 파워 위원회’의 결론도 마찬가지다. 위원회는 지난달 초 낸 보고서에서 대테러전쟁이라는 강압적 힘에만 의존하는 세계 전략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군사력·경제력 등 ‘하드 파워’와 더불어 △인적교류 확대 △저개발국 지원 △파트너십 강화 등 문화와 아이디어를 활용한 ‘소프트 파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를 이끈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은 군사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독려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를 필두로 한 대테러전쟁 주도 세력들의 날개가 꺾인 이상, 무력을 앞세운 일방주의는 더이상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2008년 대선을 기점으로 대테러전쟁이 남긴 후유증 치유에 적극 나서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01년 부시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부상했던 미국의 패권이 붕괴하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부시 이후 미국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시스템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대테러전쟁 이후의 세계는 더 안전해질 것인가? 세계는 지금 미국이 거듭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김순배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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