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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푸틴의 ‘강한 러시아’ 미국에 맞장

등록 2007-12-18 20:51

러시아 외환보유고  / 러시아 경제성장률
러시아 외환보유고 / 러시아 경제성장률
2007 지구촌 ② 부활하는 러시아
물오른 고성장·고유가 오일머니 발판 ‘힘의 외교’
부시 MD체제 맞서며 국제사회 중심축 복귀선언

“푸틴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러시아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출된 17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가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지만, 관심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말에 쏠렸다. 푸틴은 “총리를 맡아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대통령 퇴임 뒤 권력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17년 동안 자신을 받들어온 충실한 ‘가신’ 메드베데프를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고, 실질적 권력은 총리인 푸틴이 행사하는 구도다.

2기 8년을 재임한 푸틴이 레임덕에 시달리기는커녕 자신의 각본대로 다음 권력구도도 짤 만큼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국민들이 갈망하는 “강한 러시아”의 상징 그 자체다. 옛 소련 붕괴 이후 혼란과 빚더미 속에서 서방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던 러시아의 자존심을 되살렸다.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대국의 지위를 확고하게 회복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치솟은 올해에는 부활한 러시아의 힘이 두드러졌다.

푸틴이 이끈 러시아는 지난 8년 동안 연평균 6.5%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성장률은 7.3%까지 올라, 세계 5대 경제대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질적인 면에서도 개선돼,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예약해둔 상태다. 1998년 국가부도의 치욕마저 겪었던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약 4500억달러로 세계 3위이며, 실업률은 5.7%로 떨어졌다.

경제력의 급격한 확대와 에너지를 무기로 한 ‘힘의 외교’는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발언권을 크게 높였다. 러시아는 동유럽 미사일방어(MD)체제, 이란 핵문제 등 주요 안보 현안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섰다. 미국이 동유럽 엠디를 밀어붙이자, 푸틴은 핵전쟁까지 경고하면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유럽재래식무기감축협정(CFE) 이행 중단 등 실력행사도 서슴지 않았다. 유럽에는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위협하며 목줄을 흔들어대기도 했다.

푸틴은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체제는 파멸적”이라며, 러시아가 국제사회 중심축의 하나로 재부상했음을 분명히 했다. 얼마전 보도된, 웃통을 벗고 총을 든 근육질 푸틴의 사진은 러시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리 푸틴’이 이끄는 강한 러시아는 2008년에도 세계의 이목을 끌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메드베데프는 17일 “푸틴이 자신의 강력한 정치적·전문적 능력과 영향력을 러시아와 국민들을 위해 계속 사용할 것으로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푸틴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가디언>은 “푸틴이 외교·국내 정책을 책임지고, 군사와 보안 문제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5월 물러나는 푸틴은 총리로 변신했다가, 메드베데프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험이 부족하고 정치력이 떨어지는 메드베데프가 조기 퇴임할 공산도 있어, 그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러시아 정국이 푸틴의 구상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메드베데프가 마음이 바뀌어 그 과정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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