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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철권통치’ 격렬 저항…‘민주화 꿈’ 한발짝

등록 2007-12-19 20:05수정 2007-12-20 11:33

파키스탄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이틀째인 11월4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대법원 부근에서 한 경비대가 기마경찰이 지나갈 수 있도록 철조망을 잠시 열어주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파키스탄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이틀째인 11월4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대법원 부근에서 한 경비대가 기마경찰이 지나갈 수 있도록 철조망을 잠시 열어주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2007 지구촌 ③ 동토에서 인 민주화 시위
올해 파키스탄과 미얀마에선 군사정권의 철권통치에 저항하는 민주화 시위가 격렬하게 터져나와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다.

파키스탄 - 무샤라프 군복 시민 힘으로 벗겨…1월 총선 ‘고비’
미얀마 - 잔혹한 군정 ‘요지부동’…군부내 젊은세력에 기대

■ 파키스탄 =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군복’을 벗긴 것은 법조계를 구심점으로 한 시민세력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군부를 장악한 육군참모총장직을 유지한 채 연임을 꾀하기 위해 11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으나, 거센 반정부 시위와 미국의 개입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대법원장은 파키스탄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무샤라프와 정면충돌도 불사해 반무샤라프 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차우드리가 이끄는 대법원은 무샤라프의 대통령 연임을 쉽게 허용치 않았다. 무샤라프는 비상사태선포를 틈타 자신에게 충성스런 인물들로 대법원을 개편한 뒤에야, 새 임기 수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파키스탄 법조인들은 군인들의 폭행에도 아랑곳 않고 길거리 육탄 시위에 나서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다. 이런 투쟁으로 반무샤라프 세력의 활동 공간은 한층 넓어졌다. 무샤라프가 사실상 추방했던 베나지르 부토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등 거물급 정치지도자들이 모두 귀국해 무샤라프 퇴진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최근엔 파키스탄 국민 67%가 무샤라프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1월8일 총선은 파키스탄의 미래를 가를 중대 고비다. 지금과 같은 반무샤라프 정서가 투표에 반영된다면 무샤라프 정권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무샤라프 정권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선거조작을 기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여당이 승리한 2002년 총선은 갑작스레 입후보 자격이나 선거구을 바꾸는 등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9월29일 군인들이 시위대가 접근할 수 없도록 술레탑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 양곤/AP 연합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9월29일 군인들이 시위대가 접근할 수 없도록 술레탑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 양곤/AP 연합
■ 미얀마(버마) =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잔혹한 군정에 맞선 승려·시민들의 시위가 지난 9월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유가 인상과 뒤따른 물가 급등에 대한 항의가 군정 반대 시위로 발전한 것이다. 군정은 국내외 언론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시민세력은 인터넷을 통해 미얀마 사태를 전세계에 알렸다. 88년 대규모 민주화운동이 ‘학살’ 참극으로 끝난 지 20년 만이다.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성토에 나섰고, 일부에선 미얀마 제재를 강화했다. 그렇지만 이런 압력은 역부족이었다. 군정은 인터넷마저 차단시킨 뒤 잔인한 진압과 체포로 미얀마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군정은 진압 과정에서 일본인 기자 나가이 겐지를 포함해 1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국외 민주화운동 단체들은 적어도 138명이 숨지고, 6천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군정이 국제사회의 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데는 천연가스·목재·보석 등 풍부한 자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국경을 맞댄 중국은 자원 교류에 열심일 뿐 아니라, 인도양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미얀마 군정에 정성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도 “우리가 빠지면 더 비민주적인 자본이 들어설 것”이란 논리를 내세워 군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쓴다. 그나마 군정의 양보는 유엔 특사를 받아들이고, 반정부세력의 구심점인 아웅산 수치를 만나게 해주는 게 고작이다.

미얀마는 6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군정 이외의 정치형태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 반정부 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군부내 젊은 세력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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