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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보이는 ‘참혹’ 안 보이는 ‘평화’

등록 2007-12-21 20:35

수단 다르푸르의 최대 교전 지역인 엘파시르에서 북쪽으로 7㎞ 떨어진 ‘알살람’ 피난민 캠프의 모래사장에서 지난 8월 한 어린이가 혼자 놀고 있다. 다르푸르/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수단 다르푸르의 최대 교전 지역인 엘파시르에서 북쪽으로 7㎞ 떨어진 ‘알살람’ 피난민 캠프의 모래사장에서 지난 8월 한 어린이가 혼자 놀고 있다. 다르푸르/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2007 지구촌 ⑤ 분쟁의 고착화
‘최악의 내전’ 수단·소말리아·스리랑카, UN등 중재에도 비관적
팔레스타인·아프간서도 주검 행렬…“사태 영구화 추세” 전망

독일 하이델베르크 국제분쟁연구소는 올해 전 세계에서 전쟁 6건 등 31건의 심각한 국제분쟁이 있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36건에서 5건 줄었다. 그러나 폭력과 기아 등으로 죽어가는 분쟁지역 주민들에게 이런 수치의 변동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지난 9월30일 수단 다르푸르 하스카니타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 부대는 반군 1천여명의 습격을 받았다. 최대 반군단체인 수단해방운동(SLA)에서 갈라져나온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장갑차와 로켓포까지 동원해 병사 10여명을 죽인 뒤 사라졌다.

2003년부터 20만명이 사망한 다르푸르에는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의한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먼드 투투 주교까지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방문하며 사태 종식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정파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요원한 상태다. 다르푸르 참극에는 제국주의의 유산과 인종분쟁, 자원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강수량 부족과 물 쟁탈전도 직결돼 있다.

다르푸르를 제치고 ‘아프리카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나라는 소말리아다. 유엔과 ‘국경없는 의사회’(MSF) 등은 올해 소말리아 상황은 내전이 시작된 1991년 이후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소말리아 과도연방정부가 지난해말 남부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근본주의 성향의 ‘이슬람법정연대’를 축출하면서 사태가 본격화했다. 남아 있는 이슬람법정연대 세력이 게릴라전을 계속하면서 수도 모가디슈는 거대한 전쟁터로 변했다. 도시 인구의 60%인 1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고, 10월에는 먹을 것을 제공하는 세계식량계획(WFP) 책임자가 정부군에 납치되기도 했다. 치안 악화로 소말리아인들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뜨고 있다. 올해 예멘에 밀항하려다 목숨을 잃은 난민 1400명 대부분이 소말리아인이라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밝혔다.

스리랑카에선 공습, 지뢰, 자살폭탄, 납치, 소년병 등 상상 가능한 모든 비극이 발생했다. 등교 버스가 폭파되고,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의 협상 대표가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불교도인 스리랑카 정부와 분리독립을 원하는 인도계 타밀호랑이의 관계는 지난해부터 급랭하기 시작해, 양쪽이 대화를 포기하고 군사적 방법만을 고집하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의 전장’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외에도, 내부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옥죄기에 열중해 사태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한 중동평화회의는 2008년까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이정표를 내놓기는 했으나, 핵심 쟁점에 대한 이-팔의 견해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미국의 실패한 대테러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이라크·아프간에서도 주검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아프간의 탈레반은 세력을 크게 확장하고 있으며, 한국 기독교봉사단원들을 납치·살해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함부르크 평화안보정책연구원의 볼프강 젤너는 “전세계적으로 분쟁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분쟁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사태가 영구화에 가까울 정도로 고착되는 게 또 하나의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뒤 ‘다시는 이러지 말자’고 했던 전세계의 다짐은 어떤 이에게는 적용되고, 어떤 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는가?” 르완다 인종청소박물관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희생자의 말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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