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동의 동서횡단
강변북로 마포 진입로는 걸핏하면 막힌다. 좁은 진입로를 비롯한 마포대교 북단쪽 도로구조에 근본문제가 있지만 때로는 정체로 불난 가슴에 경찰이 부채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왼쪽 1차로쪽에 빠져나가는 램프와 마포쪽에서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램프가 연이어 설치돼 있는데 거의 매일 오전 일산쪽에서 마포쪽으로 들어가려는 차들과 마포에서 강변북로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X자로 교차하면서 장사진을 치고 뒤얽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가끔 경찰이 와서(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통제를 하는데, 램프 진입 차들을 줄세워 묶어 놓고 일정시간 강변북로 진입 차들만 일방 통행시킨 뒤 앞쪽 흐름을 봐가며 다시 그쪽을 막고 다른쪽을 통행시킨다. 그건 좋은데, 문제는 1차선폭인 마포쪽 진입 램프 입구쪽을 막고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차들을 일방통행시킬 때 4~5차선 폭의 강변북로를 달려온 차들중 대부분은 왼쪽 1차선쪽에 길게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지만 상당수 차들은 약삭빠르게도 그 줄을 무시하고 2, 3차선쪽을 줄곧 달려와서는 경찰이 램프 진입차들을 막고 있는 곳(강변북로 진입 차들이 바로 그 앞과 램프간 사이를 X자로 가로질러 간다)을 휙 지나쳐 저 앞쪽에서 왼쪽으로 획 핸들을 꺾어 마포쪽 진입로 램프쪽으로 잽싸게 들어가 내빼버리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굼벵이 속도인 램프쪽은 이 얌체족들이 그렇게 해서 끼어드는 바람에 빈공간이 좀체 나지 않고 입구는 몇줄로 뒤엉키며 뒷쪽에 줄서서 공간 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차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한심하게도 그때 경찰은 ‘요건 몰랐지!’로 끼어드는 얌체족들을 수수방관한 채 번갈아 줄서 있는 차들의 흐름을 끊고 이어주는 역할에만 열중한다. 얌전히 줄서는 놈만 바보가 된다. 마치 ‘줄서면 바보야’하고 시위하는 듯하다. 일부러 차를 경찰 옆에 갖다 대고 ‘이래서야 누가 줄을 서겠느냐’고 항의했더니, ‘손도 모자라고 어쩔 수 없다’며 멋적게 웃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 자리에 경찰이 없는 게 낫다. 눈치껏 양심껏 알아서 가는 쪽이 흐름 조절하느라 경찰이 자의적으로 끊었다 이었다 하는 통제로 잃는 시간을 버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주관적 판단이지만. 그럴 경우 경찰 역할은 뭔가? 길게 늘어선 장사진을 스치듯 옆으로 빠져나가 저 앞에서 잽싸게 끼어드는 얌체족들. 자신의 노련한 운전솜씨나 요령, 행운, 낯두꺼움에 희열과 승리감을 주체하지 못할 그들의 그런 후안무치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불의를 조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준법시민들의 박탈감과 초조감, 울화통, 그리고 눈치보기를 자극해 사회건강을 좀먹는다. 그래서 너도 나도 지키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손해본다. 물론 그럼에도 그런 일에 개의치않는 도통한 준법시민들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데서 위로를 받지만.
일본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끈 따위로 길게 줄서는 지그재그식 통로를 만들고 여기저기 도우미들을 배치하는데 우리보다 훨씬 더 신경쓴다. 도우미들은 줄서기를 강요할 완력이나 권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줄서기를 이끌어낸다. 누구든 줄을 서지 않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질서교란자로 낙인찍히고 창피를 당할지 모른다. 도우미들은 그런 무언의 규약을 유지하고 준법자들을 안심시키면서 줄서기를 고무하는 열할을 한다.
경찰의 역할도 본래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누구든 줄서서 손해 안본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부동산투기 근절 등의 사회개혁의 최종목표도 거기다.
따라서 좀 과격하게 말하면, 경찰은 차라리 흐름통제를 포기하더라도 얌체족 줄세우기에 진력하는 게 옳지 않을까. 그래야 오히려 흐름도 좋아지지 않을까. 비현실적인 얘긴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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