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산업사회의 도래> 다니엘 벨 지음·김원동 박형신 옮김, 아카넷 펴냄·4만원
잠깐독서 /
인용과 소문으로만 떠돌던 고전적 저작 <탈산업사회의 도래>가 국내 처음 번역돼 나왔다. 미국이 자랑하는 사회학자 다니엘 벨의 대표 저작이라 할 이 책은 1973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뒤 독일·프랑스·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나라들과 러시아 등에서 번역돼 읽히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책을 통해 다니엘 벨은 ‘탈산업사회의 탁월한 이론가’ ‘위대한 사회 예측자’ 등속의 상찬을 받았다. 동시에, 지나친 기술결정론에 기초한 낙관론자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익히 알려진 대로 다니엘 벨이 제시한 탈산업사회 테제는 ‘전(前)산업사회-산업사회-탈(脫)산업사회’라는 개념 도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 사회의 지배적인 고용양식으로 볼 때 전산업사회는 농업노동이, 산업사회는 공장노동이, 탈산업사회는 서비스노동이 지배적인 사회다. 자본과 노동이 산업사회의 주요한 구조적 특징이라면, 탈산업사회의 그것은정보와 지식이라고 다니엘 벨은 보았다. 산업사회가 기계기술에 토대를 두고 있다면 탈산업사회는 지적 기술에 의해 형성된다는 게 그의 기본적 시각이다.
하지만 흔히 오해하는 대로 벨의 탈산업사회론은 사회 전체 영역의 탈산업사회로의 획일적 변화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초판 머릿말에서 썼듯이 산업사회가 경제의 농업부문들을 제거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탈산업사회가 산업사회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거듭 쓴 양피지처럼, 새로운 발전은 그 이전 층 위에 덧써지며, 전체 사회의 일부 특징을 제거하며 그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벨은 “탈산업사회라는 개념은 미래의 어떤 특정 시점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하나의 사변적 구성물, 곧 새로 출현하고 있는 특징들에 기반한 하나의 가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옮긴이들(김원동 박형신)은 “이 책에서 현대사회의 새 변화들에 주목하면서 이를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한 사회학적 관심과 상상력의 고유한 한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썼다.
<탈산업사회의 도래>는 국내에선 연구자들 사이에서 영어 원서로 수없이 인용되었다. 원서 출간 33년 만에 나온 이번 한국어판 완역은 1999년 저자가 추가한 100여쪽에 이르는 ‘1999년판 머리말’이 보태져 900쪽이 넘는 더욱 방대한 분량이 되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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