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로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아서 코난 도일 원작. 레슬리 클링거 주석. 승영조 옮김. 북폴리오 펴냄. 3만8천원
잠깐독서
셜롬 홈즈는 1891년 영국 런던에서 발행된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나온 코난 도일의 탐정소설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세상에 나온 작품 속 허구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사실상 세상에 존재한 실존인물이 됐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그는 ‘셜로키언’ 혹은 ‘홈지언’이라는 유사 종교단체의 교주이자 선지자로 등극해, 그의 언행은 하나하나 연구와 분석, 심지어 경배의 대상이다.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에 나오는 무엇이든지 연구하는 셜로키언과 홈지언들은 홈즈의 출생연일, 친구 왓슨 박사가 몇번 결혼했는지, 심지어 왓슨은 여자였다는 가설도 입증하려 한다.
때문에 이들에게 홈즈의 작품은 경전이다. 실제로 그들은 홈즈의 작품 중 장편 4편과 단편 56편을 ‘카논성전’이라고 칭하며, 이외의 작품을 ‘아포크리파’라 한다. 카논이란 조화를 가장 잘 이룬 인체의 비례를 뜻하며, 아포크리파는 기독교에서 외경을 지칭한다. 기독교에서 성경을 정경과 외경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경전이 있으면 당연히 권위있는 주해서도 있기 마련이다. 변호사이자 세계적인 홈즈 권위자인 레슬리 클링거가 펴낸 <셜록 홈즈>는 그런 주해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홈즈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보헤미안 왕실 스캔들>부터 홈즈가 사라지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지막 문제>까지 코난 도일의 초기 홈즈 작품 시리즈 24편을 담았다. 이 작품들은 코난 도일이 <마지막 문제>를 마지막으로 <스트랜드 매거진>에서 연재했던 홈즈 시리즈를 모은 것이기도 하고, 나중에 <셜록 홈즈의 세계> <셜록 홈즈의 회고록>이란 단행본 2권으로 출간됐다.
‘셜로키언을 위한 주석달린’이란 형용사가 제목에 붙은 것처럼, 이 책은 경전의 주해서처럼 상세한 주석이 붙어 있다. 흥미로운 사건의 결말이나 즐기는 대중적 탐정소설에 그런 주석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셜로키언이나 홈지언들에게는 신성모독이다. 그들은 사실 탐정소설 애호가를 뛰어넘는 역사가이자 사회문화사가들이다. 이들은 영국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마지막 전통시대인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사를 홈즈를 통해 읽는다.
주석이 붙은 책은 빅토리아 시대뿐만 아니라 서구 근대의 온갖 인문학적 배경과 지식을 어느 책보다도 훌룡하게 제공한다. 인문학적, 사회사적 지식에 찾는 호사가에게는 더할 수 없는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2권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던 홈즈가 결국 독자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못이겨 다시 부활해 활약했던 단편을 모았고, 3권은 장편을 모았다. 2·3권은 2007~2008년에 출간된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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