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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당신이 아는게 ‘보편적 역사’였다고 착각 마라

등록 2006-12-28 20:54

<젠더의 역사> 메리 위스너-행크스 지음. 노영순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1만5000원
<젠더의 역사> 메리 위스너-행크스 지음. 노영순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1만5000원
잠깐독서

세계를 보는 창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계급, 인종, 민족, 문화, 이념, 종교….

한마디로 이 책을 정의한다면, 젠더라는 창문을 통해 가족, 경제생활, 관념과 법, 종교, 정치, 교육과 문화, 섹슈얼리티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본 역사책이다. 그저 단순히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모든 문화권을 씨실로,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적 흐름을 날실 삼아 촘촘히 엮으면서 남성과 여성이 젠더화하는 과정과 역으로 젠더가 역사에 끼친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글쓴이도 서문에서 “이 책은 젠더가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인간의 삶을 구체화시킨 다른 유형의 구조와 제도들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살펴보려는 의도로 쓰였다”고 이 책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젠더는 ‘사회적 의미의 성’을 뜻하는 용어로, 생물학적 의미의 성을 뜻하는 섹스와 달리, 대등한 남녀 간의 관계를 내포하는 개념이다.

이 책에 서술된 역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이미 학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젠더의 시각으로 다시금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역사가 남성 중심의 역사, 즉 여성의 억압과 역사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즉,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보편적인 역사’가 아니라, ‘특수한 역사’였음을 알려준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젠더는 처음부터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앞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기존의 젠더 연구가 한 지역 또는 한 시대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세계의 모든 문화 공간과 모든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젠더가 문화와 시공간에 따라 남성과 여성에만 한정되지 않고 제3, 제4, 제5의 젠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젠더 문제를 열린 자세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글쓴이는 “책 내용이 대부분 여성의 종속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당신을 불편하게 하거나 또는 의기소침하게 하거나 방어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면서도 독자에게 “나는 이 책에 실린 지식이나 견문이 당신을 정치적 행동으로 이끌기 바란다”고 주문하고 있다. “만약 그러하다면 이제까지 읽어온 장들이 비쳐주는 삶의 부분들(당신의 일이나 종교활동, 창조적인 활동, 섹슈얼리티, 그리고 가족관계 등)이 다시는 과거와 같지 않게 될 것이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태규 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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