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석가를 만나다> 이명권 지음, 코나투스 펴냄. 1만2천원
잠깐독서 /
아놀드 토인비는 “천년 뒤 역사가들은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을 20세기 최고의 사건으로 꼽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서양 신의 한 축을 이룬 헤브라이즘과 동양정신의 중요한 뿌리인 ‘공(空)’ 사상은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그 존재를 알렸다. 두 신념은 종종 반목하고 때로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했지만, 신학과 인도철학, 종교학을 두루 공부한 저자는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서로 통하는 점이 많다”고 말한다.
예를들어 <반야심경>의 첫 단어인 ‘관자재’의 ‘자재(自在)’는 그리스도교 개념으로 보면 ‘여호와’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여호와는 ‘스스로 있는 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호와는 신이고, 자재는 평범한 사람도 깨침을 얻으면 도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여호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사랑과 영생이며 ‘자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자비와 해탈이니, 이 또한 크게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만인을 하나같이 여기며 사랑하는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을 가진 이가 ‘보살’이라면, 이웃을 사랑하고 구원하는 일에 전념했던 예수는 보살의 이상을 또 다른 종교적 토양에서 보여준 셈이다.
종교간 대화를 위한 영성공동체 ‘코리안아쉬람’을 이끌고 있는 저자는 <반야심경>을 숙독하면서 성서와 상통하는 면을 찾아내 알기 쉽게 풀었다. <반야심경>은 600권에 달하는 <반야경>의 핵심을 270자로 요약한 것인데, 저자는 <반야심경>에 등장하는 한 단어 한 단어를 차례로 소개하면서 그리스도교의 주요 개념에 비추고 견준다. <반야심경>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인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공과 색은 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공은 공이고 색은 색이다. 현실을 넘어선 피안의 열반, 그 열반의 자리가 곧 공의 자리다. 이 때 공은 상대적 세계를 넘어선 ‘절대공’이며 절대공과 쌍벽을 이룰만한 그리스도교적 개념은 ‘하나님’이다. 절대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고, 인간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품’과 ‘안식’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진실된 삶을 추구하라는 가르침에 동서양 구분이 무색하고, 예수와 석가는 친구라는 얘기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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