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취향>강정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1만원
잠깐독서
책 소개처럼 “드물게 재미있고 유쾌한 문화잡설”이다. 2005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한 “시인 강정의 문화 낯설게 보기 ‘나쁜 취향’”을 책으로 묶었다. 시인 정남식, 가수 한대수, 소설가 장정일, 영화감독 장선우, 사진가 다이안 아버스, 무술가 이소룡,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혁명가 마르코스에 이르기까지….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등을 쓴 시인 강정이 문화의 장르를 넘나들며, 인물을 중심으로 43개 꼭지, 5~6쪽씩 감수성 빛나는 글발을 휘날렸다.
“그에게 필요한 건 그를 신화적 인물로 우상화하는 논객보다는 삶 자체의 복잡미묘한 단애들을 섬세하게 보듬어 안는 음악적 동지인지도 모른다”(한대수), “영화는 삶 자체의 존재론적 위상을 점검하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자 스스로의 멘털리티를 검증하는 의식적 호사행위다”(장선우), “잔혹함이 그가 세상을 견디는 방식이라면 연민은 그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나는 그 남자 앞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기타노 다케시),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자아를 스스로 지우고 망각하면서 ‘우리’ 속에 하나로 스미기 위해 가면을 쓴다”(마르코스).
강정의 글은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 스밀라와 금자씨에 대한 꼭지에서 살아 튀어나온다. “여름의 끝에 두 여자를 만났다. 더없이 사랑스러우나 사랑할 수 없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나 아름다움만으로는 존재의 절반도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그녀들.”
“‘강 과장’ 소리가 듣기 싫어 3개월짜리 일거리를 전전긍긍하고”, 록밴드 ‘비행선’의 리드 보컬로 활동한다는 데서 시인의 색다른 인물과 세상보기가 엿보인다. 책을 넘길수록 올해 15년차, 서른 다섯살 시인의 세상에 대한 빼어난 감성과 지식이 탐난다. 영화감독 정지우의 추천처럼 “아주 특별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흥미로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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