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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물질문명,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록 2006-12-21 21:45

<진보의 함정> 로널드 라이트 지음. 김해식 옮김. 이론과 실천 펴냄. 1만원
<진보의 함정> 로널드 라이트 지음. 김해식 옮김. 이론과 실천 펴냄. 1만원
잠깐독서

산업문명에 찌들지 않은 자연상태의 인간, 인류의 본질을 찾아 남태평양 타히티로 간 화가 폴 고갱이 1897년에 던진 세 가지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아프리카에 살던 유인원의 후손이며, 우리 자신이 만든 문화의 창조자이자 그 피조물이기도 하다. 수백만년 동안 진화해온 인류는 1만년 전 신석기혁명 이후 농경(정착)생활이 주류를 이루면서 자연자본을 대량으로 축적하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이룩한 대표적인 문명들의 흥망성쇠의 비밀은 바로 인간의 자연자본 이용·파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문명은 마치 멸망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기계와 같다.

<진보의 함정>은 고갱의 마지막 질문,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화두로 잡고 있다. 수메르 이래 인류의 주요 문명들은 자연이 주는 풍부한 산물이라는 물적 조건 위에 성립하고 발전했다. 자연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더 대량으로 소비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없는 기술개발로 이어졌고 사회조직을 중앙집권화했으며, 그것은 문명을 더욱 번성케 했다. 그러나 모든 문명은 바로 그것 때문에 멸망했다. 거석문화를 남긴 이스터 문명은 벌목과 방목 등 자연자본 남용과 인구증가, 기술개발 가속, 자원 대량소비, 마지막 나무 한 그루까지 베어버린 자연자원 황폐화 가속, 문명의 붕괴라는 전형적인 문명 흥고성쇠 방정식을 거쳤다. 수메르도 그랬고 그리스, 로마, 그리고 유럽 침략자들이 들이닥치기 전의 마야문명도 그랬다. 축적된 연구성과들을 동원한 흥망성쇠 사례들 풀이가 단순명쾌하다.

인류를 살찌운 진보를 토대로 한 문명 그 자체가 함정이라는 얘기다. 여기서의 진보(progress)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연자원 이용의 고도화 쪽을 가리킨다. 그 진보의 수준은 이젠 과거문명들처럼 이쪽에서 무너지면 저쪽에서 다른 형태로 다시 일어서고 하는 차원을 이미 떠났다. 지금의 문명 붕괴는 인류 전체와 지구가 다시 설 수 없는 절멸로 이어질 단계에까지 와 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자연이 주는 이익을 먹고 살아야지 그 원천인 자연자본을 고갈시켜선 안 된다는 것, 단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장기적인 사고를 하자는 것, 절제하고 예방하자는 것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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