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사랑할 수 없을까> 신은희 지음. 통일뉴스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장관급회담때 얘기다. 회담 중 여러 차례 전기가 나갔다. ‘기삿거리다 싶어 남쪽에서 크게 과장보도하지 않을까.’ 그곳 실무자들은 걱정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한 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때 그들은 남쪽도 민족의 아픔을 감싸안을 여유가 생겼다면서 흐뭇해 했다.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없을까>(통일뉴스 펴냄) 지은이 신은희씨가 전하는 말이다.
미 아이오와 심슨대 종교철학부 교수로 있는 신씨는 5~6회 북한을 방문한 바 있고 북한에 대한 독특한 견해를 표명해왔다. 이 책은 종교의 다양성 측면에서 종교차원으로 주체사상을 인정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바란다면 차별 아닌 차이로 대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과 북은 현재 연애하는 남녀와 같아서 상대를 인정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무슨 아픔이 있는지 먼저 헤아려야 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갈 것을 요구한다. 오르가즘에 이르기 위한 전희처럼.
북한에는 종교가 없고 봉수교회는 가짜라고들 하지만 지은이의 관점을 다르다. 김 주석은 혁명 초기에 종교가 애국주의와 결합된다면 혁명의 동력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고 보았다. 또 하늘을 믿어도 조선사람은 조선의 하늘을 믿어야 하다는 민족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 정치적 의미가 지금껏 이어져 이질적으로 보일 따름이라는 거다. 진짜라는 남쪽교회들이 오히려 목사가 최고권력자로 군림하고 가난한 전도사를 착취하는 등 이상하다고 비판한다.
반사대주의, 인간중심주의에서 종교차원으로 변한 주체사상도 따지고 보면 예수의 사상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예수가 당시 지배문화에 순응않고 천대받는 노동자인 죄인들과 함께 해 그들이 역사의 주체임을 가르쳤으며 그의 마지막 메시지 역시 “세상의 모든 민족이 주체성을 살려 자기 민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주적 구원을 돕고 협력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지도자와 대중이 선후 없이 맞물려 돌아가 역사와 문화의 창조력으로 작동해온 주체사상이 최근 힘의 외교에서 좌절되어 굴절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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