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츠 어 패드> 조엘 베스트 지음. 안진환 옮김. 사이 펴냄. 1만2500원
잠깐독서 /
어느날 나는 다중인격장애로 진단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중인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라 나는 외상후증후군 환자도 만성피로 환자도 될 수 있다.
훌라후프, 마카레나춤 처럼 순식간에 폭넓은 인기를 누렸지만 곧 사라져버리는 일시적 유행을 패드(fad)라 부른다. 하루짜리(For A Day)의 첫글자를 땄다. 반짝 유행인 패드와 달리 트렌드는 중장기적 경향, 추세, 동향을 뜻한다. 거짓 트렌드인 패드는 두더지게임처럼 불쑥 솟았다가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얼마나 재빨리 도망가는지.
반짝 유행은 비단 상품의 생산과 유통을 넘어 의료, 경영, 과학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조직을 현혹한다. 자녀양육법, 재테크요령, 최신 다이어트법 등 쉼 없이 바꾸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했는가. 제도적 패드는 독이 든 잔이다. 여기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음이라고 협박한다. 발제자와 지지하는 자들은 이 제도의 이점을 선전 선동하느라 입에 침이 마르고, 그에 따른 손실과 결점들을 고백해야 할 때 조개처럼 입을 다문다. 경영 관련 패드는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수명은 점점 짧아진다. 일시적 유행임이 드러난 뒤 조직원은 그릇된 선택을 한 경영자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그 결과 조직은 냉소주의와 사기 저하에 빠진다. 치사량의 독이다.
그럼 개인과 조직이 반짝 유행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첫째, 과거의 잘못을 잊지 말라. 둘째, 경이로운 주장들은 일단 의심하라. 셋째, 지속적으로 증거를 요구하라. 넷째, 뒤쳐진다는 두려움에 집착하지 말라. 다섯째, 실패를 공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을 명심하라.
일단 바꾸고 보자고 한다. 자본주의의 속도구조 속에서 변화는 발전의 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변화는 의심과 검증을 통해 걸러지지 않는다면 ‘악마 숭배’에 지나지 않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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