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세상을 뒤흔든 368일.
웨이웨이 원작. 선야오이 그림. 송춘남 옮김. 보리 펴냄. 상하 각각 3만5000원
잠깐독서
대장정.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사건인 동시에 현대 중국인들의 자존심이다.
중국 공산당 홍군은, 1934년 10월15일 밤부터 1935년 10월20일까지 368일에 걸쳐, 중국 남부 장시성(江西省) 루이진(瑞金)에서 중국 북부의 산시성(山西省)까지 9654km를 행군했다. 매일이다시피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군과 사투를 벌이며. 함께 떠난 자 8만, 도착한 자는 7천명. 당시는 엄청난 패배지만 중국 공산당이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에서 승리해 사회주의 중국을 건설한 기틀로 자리매김돼 있다.
1100쪽 분량에, 207x250㎜ 크기의 <대장정, 세상을 뒤흔든 368일>(보리)은 중국인 또는 중국 공산당의 자존심에 닿아있다. 1989년 중국어 원전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작가 웨이웨이(魏巍)의 장편소설 <지구의 붉은 띠>를 저본으로 왕쑤(王素)가 각색하고 선야요이(沈堯伊)가 926컷의 그림으로 형상화한 ‘역사실록 그림이야기’다. 겉보기는 그림에 텍스트를 붙인 모양새다.
그림은 판화기법을 쓰면서 목각과 석판화 동판화의 효과를 냈다. 흑백 대비가 뚜렷해 역사사진이 주는 효과와 비슷하다. 하지만 형상과 경지만을 드러내는 그림의 속성상 사진보다 더 효과가 강렬하다. 화가는 6년동안 원작을 여러 번 읽고 대장정 길을 두 차례나 답사했다고 한다.
“실제 생활 체험을 하려고 광시(廣西)의 작은 도시 유자핑에 간 적이 있다. 그곳 지주의 저택에서 리더(李德)이 홍군 8군단 사단장 주빙(朱兵)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가보니) 집을 반나마 헐어버린 뒤였고 대들보마저 밖에 드러나 짓다 만 무대배경 같았다.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했다. 연극을 하려면 절반만 남은 집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었다.” 그린이가 고백하거니와 대장정의 위대함을 드러내고자 함이 무척 도드라진다.
등장인물의 됨됨이는 물론 당시 착용했던 모자와 옷, 심지어 옷주름까지 재구해낸 것은 단순한 솜씨가 아니라 사상 차원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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