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의 거짓말> 로빈L. 스미스 지음. 이순주 옮김. 북@북스 펴냄. 9800원
잠깐독서 /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하는 게 결혼이라지만 <결혼생활의 거짓말>은 결혼을 할 때 자~알해서 후회하지 말자고 한다. 어떻게?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콩깍지 벗기기, 다된 밥에 재 뿌리기, 단꿈에 찬물 끼얹기니까. 눈먼 사랑에 홀린 결혼 서약은 거짓투성이라는 요지, 산통을 깰 수밖에 없다. 사랑하고, 존중하고, 신봉하며?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결혼식 단 하루만 구름 위를 떠다니려면 ‘만약~라면’이라는 단서가 없는 서약을 하라. 결혼생활이라는 감옥의 종신형에 처해지기 싫다면 이렇게 고쳐 써라. ‘당신이 사랑스럽게 행동하는 한’ ‘죽고 싶을 만큼 당신이 지겨워지지 않는 한’ ‘당신이 당신의 몸을 잘 돌보는 한’ ‘내가 쉬고 싶다거나 직장에 계속 다니기 어렵게 되더라도…’. 환상에서 현실로 급전직하하지 말고 결혼 전부터 공허한 약속 대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자는 말이다.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고정출연하는 인기 상담사다. 그는 사랑의 정의를 다시 내린다. 사랑은 열정이 아니다, 사랑은 성숙한 관계다. 빨리 꿈 깨시라. 로맨스를 꿈꾸는 한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고 이혼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상담을 보면, 부부의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지점은 상대의 매력이 싫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의 관대함이 좋았어,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을 돌봐주기 위해 항상 달려가는 게 싫어.’ 성숙한 태도란 처음 이끌린 매력이 평생 함께 하고 싶은 특성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다. 저자는 상담자에게 ‘잔인한 공사감독의 벙커에 갇혀있다’는 식의 적확한 비유로 갈등의 상황을 꼭 집어준다. 다음은 서로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감정이입의 3단계 대화법을 시도한다. 해서 사랑의 절망감은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의 느낌과 비슷하다는 점을 주목한다. 특히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라는, 착하게 살라는 어릴 적에 받은 교육 때문에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드러낸다. 자신을 죽여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속 시원히 말한다. 나를 존중하는 게 관계 회복의 시작이라고.
각장의 말미마다 서약의 규칙, 당신은 성숙한가, 혼수함 다시 꾸리기, 당신의 회복력 지수 등 실습과제를 배치해 자가진단을 해보도록 했다. 결혼전에 논의해야 할 집, 돈, 건강, 자녀, 친구 등 276가지 짚어야할 점도 제시한다. 풍부한 사례중 최소 한둘은 ‘우리랑 똑같네’라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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