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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라비아의 로렌스’ 주인공의 참고백

등록 2006-11-23 22:44수정 2006-11-24 01:01

지혜의 일곱 기둥 1·2·3. T.E.로렌스 지음,  최인자 옮김. 웅진문학에디션 뿔 펴냄. 각권 1만8000원
지혜의 일곱 기둥 1·2·3. T.E.로렌스 지음, 최인자 옮김. 웅진문학에디션 뿔 펴냄. 각권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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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로렌스’ 하면, 우선 영화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설사 영화를 보지는 못했더라도, 제목과 더불어 데이비스 린 감독, 피터 오툴, 알렉 기네스, 안소니 퀸, 오마 샤리프 등등등 익숙하고 쟁쟁한 배우 이름들은 들어 알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 로렌스가 직접 쓴 원전 ‘지혜의 일곱 기둥’은 출간된 지 80년, 영화가 나온 지 44년, 국내 개봉된 지 8년이 지난 지금에야 ‘최초 완역’이란 꼬리표를 달고 나왔다. 물론 여러 경로로 원전을 읽어본 독자들이 없진 않고, 최근에는 영화가 지나친 ‘서구식 영웅만들기’로 아랍의 실상을 왜곡했다는 비판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보다 앞서, 적어도 영화와 더불어 원전을 읽을 기회가 더 많았다면, 지금껏 우리가 겪고 있는 아랍세계에 대한 무지와 혼선과 편견에서 조금은 일찍 깨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먼저 다가온다.

구약성서의 잠언 9장 1절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지혜의 일곱 기둥’은,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가 영국군 정보부 소속으로 1916년부터 1918년까지 터키에 대한 아랍독립전쟁(또는 반란전쟁)에 참여한 경험담을 기록한 일종의 보고서다. 참전에 앞서 옥스퍼드대 사학과를 수석졸업하고 대영박물관 원정대로 아랍에 파견돼 고고학 조사를 하면서 문화와 언어에 능통했던 덕분인지, 그의 글은 마치 방대한 역사소설의 느낌으로 읽힌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20세기 최고의 전쟁문학이자 자서전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는 선전문구도 뒤따른다.

“…하지만 우리가 승리하자,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석유를 독식하고 있는 영국의 채굴권이 위협받게 되고 레반트 지방을 장악한 프랑스의 식민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대목 등에서 오늘날 이라크전쟁의 뿌리를 잡아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제국주의 세력의 거대한 음모 속에서 아랍인과 스스로를 속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은 ‘한 지식인’의 속죄의 고백이 더 여운을 남긴다. “나 자신 또한 헛된 희망의 노예였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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