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장정일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1만2000원
장정일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1만2000원
잠깐독서
소설가 장정일(44)씨는 이른바 ‘독학파’로 꼽힌다. 중학교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부지런히 책을 읽는 것으로 학교교육을 대신했다. <삼중당 문고>라는 시는 중학 시절부터 등단 이후까지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그림자처럼 끼고 다녔던 문고판 책들에 대한 헌사라 할 수 있다. 그 이후의 독서 편력은 여섯 권짜리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갈무리되었다.
장정일씨가 새롭게 내놓은 책 <장정일의 공부>는 심화된 ‘독서일기’라 할 법하다. 이 책에서 그는 작가별·주제별로 23개의 화두를 잡아 그에 해당하는 책들을 매개로 자신의 사유를 펼친다. 책의 첫 장에서는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과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를 택했다. 박노자의 두 책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바쳐졌으며,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와 일상의 폭력이 군대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한다. 장씨는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고등학교의 학내 군사 훈련(교련)을 피하고자 진학을 포기한 사실을 들며 박노자의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김용옥)와 <대한민국은 군대다>(권인숙)라는 책들이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제국의 몰락>(엠마뉘엘 토드)은 21세기의 유일 제국 미국이 제국의 필수 조건인 ‘강력한 군사력’과 ‘이념적 보편성’을 잃음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장정일씨는 이 책과 <미국 문화의 몰락>(모리스 버만)을 함께 언급하면서 ‘민주주의란 더도 덜도 아닌, 책을 읽는 능력’이라는 가르침을 거기에서 끄집어낸다. ‘<영광의 탈출> 잊어버리기’라는 글은 <영광의 탈출>이라는 영화로 대표되는 시오니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다. <잔인한 이스라엘>(랄프 쇤만),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키스 휘틀럼), <거꾸로 읽는 세계사>(유시민) 등의 도움을 받아 논의를 전개한 지은이는 “그때 우리는 모두 시오니스트였다”는 말로 우리 안의 역사 왜곡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제안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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