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조르쥐 뒤비 지음. 채인택 옮김. 백인호·최생열 감수. 생각의 나무 펴냄. 12만원
조르쥐 뒤비 지음. 채인택 옮김. 백인호·최생열 감수. 생각의 나무 펴냄. 12만원
잠깐독서
책을 열어본 순간, 학창시절 칠판 위에 분필로 수십번 지도를 그렸다 지웠다 하시던 지리와 세계사 선생님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이런 지도책 하나만 있었다면 그런 수고로움은 덜했을텐데….
3천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연부터 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 대통령 당선까지, 인류의 기원부터 현세까지 수천만년 살아온 자취를 520개의 지도로 한 눈에 꿰뚫게 한 책의 발상 자체가 참으로 인문학적이다. “역사는 땅 위에 기록된다. 인간이 지나간 모든 흔적은 땅에 남았다.”로 머리글을 시작한 지은이 뒤비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역사에 관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모든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1978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역사지도책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니, 그 자신감이 결코 허세는 아닌 듯 하다. 20세기 역사학의 한 축을 형성한 아날학파의 3세대 대표이자 최고의 중세사 연구자로 꼽히며 학자로서 최고 영예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라는 그의 명성도 책의 권위를 한층 더한다.
그는 1996년 세상을 떠났지만 책의 ‘업데이트’ 작업은 계속중이어서, 발간 28년만에 나온 한국판은 2002년 판본이고, 지난 4년간 3차례의 재번역과 1만여개의 방대한 지명 색인 그리고 감수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지난 한달간 인터넷 서점을 통한 예약판매 행사에서, 12만원의 고가임에도 1200부가 판매되는 화제도 남겼다.
하지만 맨먼저 우리 나라편을 찾아본다면 적잖이 실망할 각오가 필요하다. 520개장면 중 4개 뿐인 비중도 그렇지만, 그나마 3개의 한국전쟁 전개도와 1개의 북한 핵위협도(노동 1호 미사일의 사정거리)이기 때문이다. ‘세계사 속의 한국’은 여전히 변방이자 불안한 분단국가란 현실을 한 눈에 확인하는 순간, 이 책이 서구 중심 역사서란 사실도 분명해지기는 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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