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
스콧 도널드슨 지음. 강미경 옮김. 갑인공방 펴냄. 1만8000원
스콧 도널드슨 지음. 강미경 옮김. 갑인공방 펴냄. 1만8000원
잠깐독서
그는 1961년 7월2일 미국 미네소타의 한 요양원에서 62살의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엽총 자살이었다. 또 다른 이는 1940년 12월21일 할리우드의 한 아파트에서 44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과음을 한 뒤였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이 소설에 그렸던 주인공처럼 허망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들에게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 작가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는 어네스트 헤밍웨이고, ‘또 다른 이’는 제롤 피츠제럴드다.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는 1차 세계대전 뒤 전쟁과 삶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과 그들의 절망과 허무를 그렸던 두 작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를 다룬다. 이 책은 두 작가의 가정환경과 청소년기, 실연의 아픔, 우정을 나누다 결별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들의 주변 사람과 주고 답은 편지로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20년대 프랑스 파리. 그때 피츠제럴드는 꽤 잘알려진 소설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그의 대표작 <위대한 게츠비>를 막 내놓은 때였다. 하지만 헤밍웨이는 얄팍한 소품집 두 권을 빼고 내세울 것 없는 신출내기 무명작가에 불과했다. 피츠제럴드는 헤밍웨이를 자신의 전속 출판사에 소개했고 작가로 발돋움하도록 배려했다. 그들의 우정은 파국을 맞이했지만,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독려하고 때론 날카로운 비평가 노릇을 해주며 위대한 작가로 거듭나기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가 경험한 삶은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젊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에 고통을 안겨줬던 실연의 상처는 그들 소설 주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적십자사 간호사였던 연상의 여인 아그네스폰 쿠로프스키와의 실연을 경험한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이루어질 듯하다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려냈다. 명문가의 딸 기네브라 킹에게 상처받은 피츠제럴드는 부잣집 딸과 희망 없는 사랑에 빠져 결국 스스로 파멸하는 가난한 청년 이야기 <위대한 게츠비>를 만들어 냈다.
책을 읽다 보면 1차대전 뒤 젊은이들의 정신적 방황과, 재즈·칵테일로 대표되는 1920년대 미국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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