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김영수 지음. 창해 펴냄. 2만8000원
김영수 지음. 창해 펴냄. 2만8000원
잠깐독서
“용문에서 태어나 황하의 서쪽과 용문산의 남쪽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며 자랐다. 열살에 고문을 배웠다.”(<사기> 중 ‘자서’)
기원전 145년 세상에 난 위대한 지식인의 삶을 추적한 기록이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고대 한중관계사를 전공한 김영수씨가 이번에 펴낸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창해 펴냄)는 지난 10년 동안 사마천의 행적을 꼼꼼히 되짚으며 밀도 있게 재구성한 새로운 스타일의 <사기> 해설서이다. 특히 이번 책에서 지은이는 사마천이 태어나고 죽은 중국의 황하유역을 모두 네 차례 방문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사마천의 숨결을 올곧게 전달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 1부는 사마천의 고향인 한성을 찾아 탐방한 지은이의 현장 보고서인 셈이다.
사마천의 생애에 초점을 맞춰진 2부는 이 책의 고갱이에 해당한다. 그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두 사람, 아버지 사마담과 9살 연상의 한나라 6대 황제 한무제와 뒤얽힌 삶의 편린들이 재구성된다. 스무 살 청년 때 2년에 걸친 천하주유와 벼슬길에 오른 뒤 한무제를 수행해 중국 전역을 여행했던 사마천의 모습을 보면 그의 인간적 면모를 흠뻑 느낄 수 있으리라. 당대의 대학자 공안국, 동중서와의 조우를 통해 학문적 성장을 거듭했으며, 42살의 나이에 본격적인 역사 서술을 시작했다. 죄에 몰려 옥에 갖힌 뒤 49살의 나이에 죽음을 면하기 위해 궁형을 자청한 대목에 이르러선 울분과 고독감이 가득하다.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식은 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3부는 52만6500자에 이르는 <사기>(애초 사마천은 <태사공서>로 불렸으나 나중에 <사기>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의 학문적 성과를 찬찬히 분석했다. 문사철을 통합한 참다운 인문정신을 구현한 문학적 성취도 함께 검토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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