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물리학과 천문학의 위대한 업적들
스티븐 호킹 편저. 김동광 옮김. 까치 펴냄. 1만7000원
스티븐 호킹 편저. 김동광 옮김. 까치 펴냄. 1만7000원
잠깐독서
1684년 8월 아이작 뉴턴은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혜성으로 유명한)의 느닷없는 방문을 받았다. 직전에 핼리와 동료과학자들은 ‘행성들이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이유’를 알아내는 내기를 했다. 도움을 청하려 뉴턴을 찾은 핼리는 역제곱 법칙이 해법이라고 짐작하고서, 그에게 “만약 태양에 의한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면 행성의 궤도가 어떤 모양이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뉴턴은 즉시 “타원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뉴턴은 그러나 감탄해 마지 않던 핼리에게 자신이 계산했던 문서를 찾아주지 못했다. 그는 대신 다시 계산을 해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뉴턴은 이후 2년 동안 칩거하면서 걸작 <프린키피아> 곧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저술했다.(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지동설, 타원 궤도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E=mc2, 상대성 이론…. 과학교과서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 등 근대 물리학의 대과학자들을 ‘기호’로 전달해준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내가 더 멀리 보아왔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등의 경구와 짧은 일화가 장식으로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교과서에서 이들의 과학적 업적과 삶의 궤적을 동시에 그려내는 일은 너무도 뛰어난 상상력을 요구한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이 편저자로 돼 있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물리학과 천문학의 위대한 업적들>(까치 펴냄)은 이들 5명의 과학자의 생애와 대표적 저술을 담고 있다. 책을 옮긴 김동광 박사(과학사회학)는 “직접 원전을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당시 연구가 이뤄지던 맥락과 함께 거인들이 쓴 글을 직접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괴테가 ‘인간 정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 <두 주요 세계 체계-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에 대한 대화>로 종신형을 받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마지막 역작 <두 새로운 과학에 대한 대화>, 자신의 수태 기간을 분 단위까지 계산할 정도로 절대적 엄밀함을 추구하면서 헌신적 삶은 산 요하네스 케플러의 <우주의 조화>(제5권), 뉴턴의 <프린키피아>, 특수 상대성 이론이 담긴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 역학에 대하여> 등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논문 5편이 실려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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