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국가> 2권에서 옛 리디아의 양치기가 얻은 반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양치기가 양떼를 돌보고 있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땅이 쩍 벌어지더니 동굴과 같은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양치기는 벌어진 땅속으로 들어가 썩은 송장의 손가락에 끼워진 황금반지를 발견한다. 양치기는 그 반지를 끼고 모...
위대한 악녀 마거릿 대처의 삶을 그린 영화 <철의 여인>은 주인공의 위대함도 악녀다움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여인의 심장을 철로 바꾼 사건들을 탐조하기에는 영화의 호흡이 너무 가쁘다. 몇 장의 스틸 사진 같은 장면으로 아버지와 둘째딸의 숭배-애착 관계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고음의 쇳소...
2002년 8월 시사평론가 유시민이 절필선언을 하고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어 자신이 분노하는 이유를 적시한 책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를 내놓았다. 분노는 그해 대통령선거의 분위기를 규정한 근본 정조였다. 유시민의 선언이 분노의 화염...
‘사라지는 매개자’는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자주 쓰는 개념 도구다. 지제크는 헤겔 철학의 연장통에서 이 도구를 얻어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에서 처음 현실 분석에 사용했다. ‘사라지는 매개자’란 본디 서로 대립하는 두 개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고 퇴장하는 개념을 가리킨다. 사...
자유주의 사상의 옹호자이자 실용주의 이념의 혁신자인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1931~2007)는 ‘마지막 어휘’(final vocabulary)라는 용어로 우리 시대를 설명한 바 있다. 마지막 어휘란 개인 혹은 집단이 최후까지 의지하는 신념어를 가리킨다. 그 어휘를 가슴에 품고 우리는 벗을 가까이하고 적을 미워하며, 그 어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