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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테르시테스의 반지 / 고명섭

등록 2012-03-25 19:09

플라톤은 <국가> 2권에서 옛 리디아의 양치기가 얻은 반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양치기가 양떼를 돌보고 있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땅이 쩍 벌어지더니 동굴과 같은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양치기는 벌어진 땅속으로 들어가 썩은 송장의 손가락에 끼워진 황금반지를 발견한다. 양치기는 그 반지를 끼고 모임에 갔다가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반지의 보석을 돌렸더니 자기 몸이 사라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 보석을 반대로 돌리니 몸이 다시 나타났다. 반지의 비밀을 안 양치기는 왕궁으로 들어가 왕비와 간통한 뒤에 왕을 죽이고 왕국을 장악한다. 이 양치기가 리디아 사람 기게스의 조상인데, 플라톤은 그가 낀 반지를 ‘기게스의 반지’라고 부른다. 이 반지는 제멋대로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방자한 권력을 상징힌다.

‘기게스의 반지’ 모티브는 서구 상상력의 역사를 타고 흘러내려와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까지 이른다. 톨킨은 상상력을 종합한다. 그의 작품에서 반지에 대한 탐욕으로 일그러진 골룸의 원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테르시테스다. “안짱다리인데다 발을 절고 어깨는 오그라들었는데 원뿔 같은 머리통에 듬성듬성 머리털이 난” 테르시테스의 추한 외모는 추한 영혼을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호메로스식 묘사 방식이다. 시기심에 불타는 테르시테스는 아킬레우스나 오디세우스 같은 영웅들을 비방하느라 여념이 없다. 헤겔은 <역사철학강의>에서 이 테르시테스에 대해 한마디 했다. “<일리아스>의 테르시테스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 인물이다.” 이 테르시테스가 기게스의 반지를 낀 상황을 우리는 오늘 언론 현실에서 발견한다. 권부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방송사를 장악하고서 바른말 하는 언론인들을 짓밟는 짓이야말로 기게스의 반지를 낀 테르시테스의 행태 아닌가. 방송3사 총파업은 이 테르시테스들의 언론 파괴에 맞서 저널리즘 정신을 지키려는 싸움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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