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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차림판 따로 있음
[매거진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하늘의 별만큼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이 세상의 맛이다. 그 맛들 사이를 주유하는 방랑객이 점점 늘어난다. 식도락이야말로 사람이 흠뻑 빠질 만한 ‘락’(樂) 중에 하나다. 그 여행 중에 실로 신기한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고기’라는 탐험대상을 버리고 오직 풀 조각에 연연하는 이들이 있다. 채식주의자들. 한때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진정 ‘맛’을 모르는 이들이라도 생각했다. 이제는 그들의 ‘맛 찾기’에 공감한다. 푸른 잎들마다 다른 맛들, 엮인 섬유질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질감, 육중한 육질이 줄 수 없는 미묘한 맛의 떨림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견한 곳이 여의도에 있는 <신동양반점>이다. 중국집이다. 중국집과 채식이라,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음식이야말로 기름진 것으로 치자면 세계 최고봉이다. 하지만 그곳에 가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차림표가 따로 있다. 수십 가지가 넘는 요리들이 천생배필을 기다리는 처녀, 총각처럼 줄서 있다. 그저 흉내만 낸 것이 아니다.
대만에서 소(蔬)식 요리는 대중적이다. 주인 쉐용푸(설영복·65)씨가 대만 국적이다. 그의 어머니가 종교적인 이유로 소식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 모습을 눈여겨 본 주인은 채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채식 차림표라고 해서 야채 맛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상한 모험의 장이 기다린다. 고기로 만들지 않은 고기 맛의 세계다. ‘나한재’는 각종 야채와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 맛을 낸 재료를 튀기고, 데치고, 볶아서 만든 요리다. 육류의 고기맛과 사뭇 다르게 목젖을 휘감는 묘한 맛이 있다. 쪽쪽 찢어지는 고기 살 대신 툭툭 끊어지는 단백질의 맛이 있다. ‘탕수버섯’은 표고버섯을 바삭바삭 튀긴 것이다. 보통 고기탕수를 할 때보다 마른 전분을 얇게 입혔다. 달짝지근하니 손이 자꾸 간다.
이곳은 어느덧 이 땅에 채식주의자들에게 유명한 곳이 되었고, 다이어트를 하는 이나 참살이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02)782-1754.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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