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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덟조각, 육회초밥

등록 2008-02-13 20:45

딱 여덟조각, 육회초밥
딱 여덟조각, 육회초밥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오래 전부터 알제리의 바닷가 티파사에 가고 싶었다.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을 한다.”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단지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읽었던 이 한 문단 때문이었다. 지금도 읽으면 좋다. ‘보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은 ‘읽는 것’도 그저 본다. 보는 순간 눈앞에는 화려한 색감의 알제리 바다가 펼쳐진다.

늦은 저녁, 서울 양재동 <자인뭉티기>의 차림표에서 ‘육회초밥’이란 글씨를 보았을 때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붉고 하얀 바다가 넘실넘실 눈동자 안에서 춤을 춘다. 빨간고기와 하얀밥이 어떤 모양으로 만났을까? 얼마나 큰 덩치를 자랑할까? 그 색감에서 풍겨나는 맛은 또 어떠할까? 붉은 입맛이 혓바늘을 긴장시킨다.

‘육회초밥’은 경북 경산시에서 유명한 ‘자인 식육식당’에서 올라온 고기로 만드는 요리다. 소 엉덩이살을 작게 조각낸 육회로 만든 초밥이다. 한 접시에 딱 여덟 조각만 나온다. 약 0.3cm 두께로 자른 네모난 쇠고기의 붉은듯 검은색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쫄깃한 밥알이 통통 튄다. 너무 얇으면 씹는 맛이 없고 너무 두꺼우면 질긴 맛이 느껴진단다. ‘육회초밥’을 개발한 주인 이무섭(48)씨의 말이다.

마치 티파사의 은빛처럼 초밥 위에는 반짝이는 고춧가루 양념과 파란 고추가 왕관처럼 얹혀 있다. 고춧가루 양념은 조금은 넘친다는 느낌도 든다. 조금은 덜어내고 먹어도 그 차진 맛이 고스란히 있다. ‘육회덮밥’도 맛볼 만하다. 녹색상치·붉은고기 휘몰아치듯 수저로 비빈다. ‘육회초밥’이 고추 양념 때문에 맛이 강한 반면 ‘육회덮밥’은 싱거울 정도로 담백하다. 장이 강하지 않아서다.

‘읽기만 해도’ 눈에 넘쳐나는 ‘보기 좋은’ 요리들만 차림표에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02)597-2158.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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