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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디귀한 야크치즈여

등록 2008-01-09 18:01

귀하디귀한 야크치즈여
귀하디귀한 야크치즈여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떠들썩한 곳에는 왠지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식객>이 그랬다. 최근까지 영화로 만들어진 만화가 허영만의 작품 <식객>. 몇 년 전 그 이름을 달고 인사동에 맛집이 생겼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부터 먹을거리 좋아하는 이들까지 문지방이 닿도록 사람들이 들끓었다. 소란스러웠다. 당시 묘한 감정이 솟았다.

모두가 좋아하는 여자는 부러 쳐다보지 않는 감정, 많은 처자가 흠모하는 남자는 내 것으로 만들기 싫은 기분. 그랬다. 비 오는 어느 날, 삐걱 문 열고 들어선 <식객>에서 희한한 요리를 발견하고 그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렸다. ‘야크치즈.’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치즈가 아니다. 야크치즈는 고산지대에서 사는 동물 야크(yak)에서 만들어지는 치즈이다. 딱딱하고 숙성이 될수록 발효냄새가 지독하다. 산사람들이 네팔을 등반하면서 많이 먹는다.

<식객>은 산을 좋아하는 주인 정용권(46)씨가 허영만 선생의 허락을 받고 만든 산 사람들을 위한 술집이다. 그가 개발한 것이 ‘야크치즈’이다. 먹는 방법은 이렇다. 양파 위에 야크치즈를 놓고 굽는다. 노릇 익으면 접시에 사과, 마늘, 고추를 버무리고 맛본다.

이 집에만 있는 요리다. ‘세상 유일한 것’에 미치는 웃기지도 않는 결벽증이 살살 발동하면서 반해 버린 음식이다. 맛은 그저 산처럼 담백하다. 그 비 오는 날 와인 ‘제이콥스 크릭 리저브 쉬라즈’와 먹었다. 레드와인의 텁텁한 맛이 참기름를 바른 것처럼 치즈의 윤기를 더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늘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산사람들 편으로 들어온다. 그 손길이 끊기면 내어 주려고 해도 힘들단다. 아! 귀하디귀한 치즈여! 서울 인사동 (02)720-7214.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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