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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마가 김과 만날 때

등록 2008-01-16 17:37

마 샐러드
마 샐러드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개화옥>의 ‘마 샐러드’를 맛보고 깜짝 놀랐다. 실로 아무 맛도 없었다. 무색무취였다. 향기 없는 이를 만난 듯 매력이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끄는 것은 아름다운 외모가 아리라 그만의 독특한 향기다.

발동이 늦게 걸리는 술꾼처럼 두 번 세 번 맛볼 때마다 그 느낌이 조금씩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마 샐러드’는 채 썬 생마를 김에 말아먹는다. 마만 살짝 간장과 고추냉이를 얹어 먹어도 된다. 아삭한 맛, 김을 둘렀을 때 변하는 맛, 마의 끈적끈적한 점성이 입안을 휘두르는 맛갈스러움. 조금씩 자연 향내가 나기 시작했다. 그 향기에 매료되어 알래스카 무스 이야기를 마주앉은 이들에게 떠들었다. 자연의 위대함 때문이다.

알래스카 무스는 번식기에 수컷이 암컷을 지키면서 교미한다. 강한 수컷이 새로 등장하면 그야말로 수컷들은 피터지게 싸운다. 도저히 그 싸움에 낄 수 없는 약한 수컷은 괴롭다. 해결책이 있다. 센 놈들끼리 한참 싸우는 동안 살금살금 암컷들에게 다가가서 구질구질하게 교미해 버리고 떠나면 그만이다. 자연은 약자가 살길도 조금은 열어놓았다.


된장국수
된장국수
‘마 샐러드’만 독특한 것이 아니다. ‘된장국수’도 별나다. 수제비 같은 면발이 된장을 푼 국물에 담겨서 나온다. 된장이 만난 최고의 야릇한 애인이다. 기교는 전혀 없다. 그저 좋은 물에 된장을 풀어 청양고추로만 매운맛을 냈다. 온갖 산해진미를 맛보고 일어서기 전에 걸치는 메뉴다.

<개화옥>은 21세기 미술작품들을 건 갤러리처럼 현대적이다. 그 세련된 풍광 안에 우리네 투박한 요리를 담았다. 자연이 내려준 향기와 맛 그대로를 최대한 살렸다. 그래서인지 와인마저도 물건너 들어온 술 같지 않다. 조금 비싼 가격이 아쉽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02)549-1459.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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