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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정규직 해법 ‘사회적 타협’ 뿐이다

등록 2009-07-04 11:01

한나라당 “양대 노총 왜 끼나?” 배제정치
갈등조정 대신 정치권 6자회의로 돌파 시도
“법 제정 때처럼 노사정 대화로 돌아가야”
[뉴스분석]

“현재 1600만명의 근로자가 있다. 양대 노총에 속한 근로자는 10%밖에 안 된다. 따라서 양대 노총이 사회적 합의의 파트너가 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안상수 원내대표 주재로 3일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윤상현 대변인은 이렇게 밝혔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합의한 비정규직법 시행 1년6개월 유예안을 받아들이라고 민주당을 거듭 압박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자 회담과,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전제로 국회에 관련 특별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이는 최근까지 한국노총·민주노총 대표자와 여야 3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5인 연석회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려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두 노총이 참여했던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당사자인 노동단체를 배제한 채 정치권 위주로 밀어붙이려는 데 따른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첫째로, 노사 당사자들의 사회적 타협이 필수라는 문제의 특수성이 무시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수많은 노동자와 기업들의 행동과 문화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법으로만 강제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회적 합의 없이 (정치권 위주로) 돌파 형식으로 가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 증폭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가 염려된다는 지적이다.

양대 노총의 낮은 조직률을 들며 당사자 자격을 문제삼는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두 노총이)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노사정 관련 기구에 참여해 전체 노동자를 대변해 참여해온 현실에 눈감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지난 2006년 현행법을 만들 때 노사정 타협을 거쳤던 만큼, 설령 이를 수정하더라도 당사자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정은 당시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 주관으로 민주노총·한국노총 사무총장,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노동부 차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모두 15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목희 전 의원은 “노동계를 배제하고 추진해봐야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합의를 추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로, 우리 사회가 김영삼 정부 이래 쌓아온 사회적 대화의 기풍과 전통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사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진 데 이어, 이번에 사회적 대화의 불씨마저 꺼질 위기에 놓였다. 최영기 연구위원은 “갈등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인프라가 망가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각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한나라당이 6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 문제는 결국 노사정으로 돌아가는 게 옳다”며 “노사정이 제대로 가동되고 야당이 제대로 참여할 수 있다면 논의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은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보완 쪽으로 의제를 분명히 잡고, 노동부 장관 책임을 물은 다음에, 노사정이 참여하여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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