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3일 오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비정규법 책임회피하는 한나라당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법 발효로 2년+하루만 더 일해도 무기계약직 전환
국회사무처·농협 등 뒤늦게 통보…법정다툼 불가피
국회사무처·농협 등 뒤늦게 통보…법정다툼 불가피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이 지난 1일 발효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당 해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직장에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적 대응을 할 태세여서,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2일 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2년 이상 일한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19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들은 올해 맺은 근로계약 기간이 지난달 30일 만료됐지만, 사무처의 통보가 없어 2일까지 정상 출근했다. 하지만 사무처는 2일에야 계약 해지를 통보해 ‘부당 해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들이 근속기간 2년을 넘긴 1일 이후에도 근무했기 때문에 비정규직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간주된다”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에게 이유 없이 나오지 말라는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행 비정규직법에선 2007년 7월1일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년 넘게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확인 차원에서 계약이 끝났다고 알려줬다”며 “부당 해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2일 강원 태백시와 대전에서 일하는 2명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들은 2007년 7월1일 계약을 갱신해 지난 1일부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대전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노동자는 3일도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환 사무연대노조 정책국장은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법 시행과 동시에 농협에서만 비정규직 3천명이 계약서를 새로 썼다”며 “이들은 지난 1일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제도 개편에 따라 시행된 계약서의 수정이지 체결·갱신이 아니므로, 계약 만료일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고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무연대노조는 이달 중 계약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20명이 이런 방식으로 해고될 것으로 보고, 농협이 해고를 강행하면 ‘부당 해고 집단소송’을 벌일 방침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관련 사례를 접수해 집단소송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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