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제 유연성 자료 한국 순위
노동유연성 논란 진실은
전체 유연성 28개국 중 12위
집단해고 자유는 3위
전체 유연성 28개국 중 12위
집단해고 자유는 3위
비정규직법 개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고용 유연성’ 논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고용 유연성’을 강조했지만, 다수 고용 전문가들은 거꾸로 이미 유연화가 지나치게 진전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용 유연성’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역대 정부 모두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는 외환위기 때 미흡했던 과제로, 이번에도 못하면 우리 경제가 도약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고용조정을 어렵게 만들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의 고용 유연성은 국제 비교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7년 “한국은 최근 몇년간 회원국 가운데 임시직 비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나라”로 언급했다. 이 기구는 2001년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임시직의 비중이 17%였지만 2006년엔 29%로 급증했다는 통계를 인용했다. 임시직 비중의 증가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적인 근거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어 온 유연성 지표는, 2004년에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고용보호법제 경직성 지수’다. 여기서 한국의 유연성 순위는 28개 회원국 가운데 12위로 비교적 유연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규직 고용보호는 16위, 임시직 고용에 대한 규제는 17위였다. 집단해고 규제를 비교한 항목에선 3위로 미국이나 영국보다 유연하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는 세계경제포럼(WEF)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나온 유연성 지표를 거론하며 노동시장이 경직됐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비교 지표가 가장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고용의 변화 정도에선 한국이 매우 유연한 축에 들어간다. 노동연구원이 2005년 각국 고용조정 속도를 추정한 결과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60개국 중 9위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선 1위였다. 당시 연구에서 이인재 연구위원은 “한국은 고용조정 필요 인원의 대략 70%가 당해연도에 조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동시장 규제 수준에 비해 고용조정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고 분석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고용조정과 비정규직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노동시장 유연화가 과도하게 추진되면 경제운용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깨뜨려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나 유럽연합(EU) 등에선 유연성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고용 유연성보다 임금이나 근로시간 유연화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임금제도의 유연화와 탄력적 근무시간제 운영 등 근로시간의 유연화를 꾀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효율성 제고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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