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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조 간부들만 잘렸다

등록 2009-07-03 18:57

[흔들리는 ‘비정규직 보호’]
‘계약해지’ 7명 중 6명…비정규직법 악용 비판
지난 1일부터 발효된 비정규직법에 따라 한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 노조의 간부들이 집중적으로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계에선 이에 대해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중소기업 ㅍ사는 지난달 30일 계약이 만료된 24명의 생산직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7명을 계약 해지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그런데 계약 해지된 7명 가운데 6명이 비정규직 노조의 간부여서, 회사가 의도적으로 노조 간부만 가려내 ‘해고’한 것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나머지 17명은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ㅍ사는 수표입출금기·지폐인식기 등 금융자동화기기를 생산하는 회사로, 올해 1분기에만 40억여원의 매출에 10억여원의 순이익을 올린 흑자 기업이다. 임직원 100여명 가운데 생산직 노동자 35명 전원이 계약직·파견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다.

ㅍ사는 올해 초부터 근속기간이 2년 이상이 되는 계약직 노동자들을 상대로 1개월·3개월 등 단기계약을 맺어가며 6월30일로 계약만료 시점을 통일시키는 등 비정규직법에 ‘대비’해 왔다. 이에 이 회사 계약직 노동자들은 집단 해고 등을 우려해 5월 말 비정규직 노조를 처음으로 결성했다. 2년 이상 근속한 계약직 노동자 전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가입해 ‘ㅍ사분회’로 체제를 정비했다. ㅍ사분회 소속의 한 노동자는 “회사는 처음엔 ‘전체 30여명 가운데 10명만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가, 노조가 결성되니 ‘전원 정규직화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며 “노조의 힘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는 6월30일이 닥치자 일반 조합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노조의 핵심 간부 6명은 모두 계약을 해지했다. 2007년 8월부터 일해온 장아무개(31) 노조 분회장은 “정밀기계를 제작하는 회사라 비정규직 가운데도 숙련공이 많다”며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서 필요한 인력이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근무 평점에 따른 계약 해지였고, 노조 가입 여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박경선 남부지역지회장은 “상시적 계약 해지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은 사실상 노동조합에 가입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노조 간부만 해고한 것은 이번 기회에 노조를 무력하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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