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 회장 지시사항은 ‘헌법’…삼성 ‘전방위 로비’ 추정케

등록 2007-11-03 09:36수정 2007-11-03 14:00

삼성생명빌딩, 삼성 본관, 태평로빌딩 등 삼성그룹 건물들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의 모습.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삼성생명빌딩, 삼성 본관, 태평로빌딩 등 삼성그룹 건물들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의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시사항’ 문건 의미와 파장
“돈 안받으면…” 구체적 로비방식 충격
비판적 시민단체에도 지원 검토 언급
고위임원만 회람…이행상황 상세 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장단 등에 지시한 것을 정리한 ‘회장 지시 사항’은 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경영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대외 로비나 언론, 시민단체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등 그 주제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로비 방식을 언급한 대목은 충격적이다. 삼성그룹의 대외 로비가 공공연한 비밀이긴 했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이를 구체적으로 지시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도록 주문했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현금으로 로비를 한다는 것의 방증이다. 또 이 회장이 “엄한 검사나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주었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로비가 어려운 상대까지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나 판검사 등 우리 사회 지도층 전반을 삼성이 이 회장의 지시로 ‘관리’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그룹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시한 점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삼성에 껄끄러운 단체인 참여연대에 대해서도 몇십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도록 했다. 이런 시민단체를 지원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비판을 누그려뜨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 하다.

이 회장이 언론 보도 태도와 광고를 연결시킨 대목은 재벌그룹이 자본의 힘을 이용해 언론까지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준다. <한겨레>에 대한 언급만 있었지만, 재벌그룹 총수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막강한 자본과 언론의 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각 계열사의 구체적인 경영에 대한 언급도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이 주식 한 주도 없는 계열사의 세부적 경영현안까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시비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 지시 사항’은 이 회장이 자택이나 공식 회의 등에서 지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는 “이 지시 사항은 당시 구조조정본부의 고위 임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회람되는 것”이라며 “구조본 안에서는 ‘헌법’으로 간주돼 그 이행 상황은 이 회장에게 상세히 보고된다”고 말했다.

지시 사항 중에는 이행된 것도 있고, 검토 단계에서 폐기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 할인권 발행 검토’의 경우 이 회장이 지시한 뒤, 김 변호사도 호텔신라 숙박권 50여장을 회사에서 받아 지인들에게 돌렸다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지원 검토’ 는 지시가 있었지만 실제로 참여연대에 돈이 지원되지는 않았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한겨레>가 입수한 ‘회장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2003년 11월12일과 같은해 12월29일 작성된 두 가지다. 지시사항 뒤에는 이건희 회장이 언제, 어디서 지시했는지가 기록돼 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이다.

<대외 로비>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받는 사람(추미애 의원 등)에게 주면 부담없지 않을까? 금융관계, 변호사 검사, 판사, 국회의원 등 현금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호텔 할인권을 주면 효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임. 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 볼 것. 아무리 엄한 검사,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줬다고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임.(2003년 12월12일 보광)

참여연대 같은 엔지오에 대해 우리를 타겟으로 해를 입히려는 부분 말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몇십억 정도 지원해보면 어떤지 검토해 볼 것.(2003년 10월22일 도쿄)

<언론 대응 및 여론 조성>

한겨레신문이 삼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전부 스크랩 해서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고 이것을 한겨레 쪽에 보여주고 설명해 줄 것. 이런 것을 근거로 광고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볼 것.(2003년 10월18일 도쿄)

엘지가 해외에서 덤핑을 일삼는다 하는데, 국가적으로 손해고 전부 같이 망할 수도 있다는 여론을 만들어 볼 것. 경제담당 기자나 교수를 시켜서 비교해 홍보하고 이게 얼마나 손해인지 여론을 조성해 볼 것.(2003년 12월12일 보광)

<회사 경영 관련>

(노조설립 시도 관련 보고 들으시고) 분당 플라자는 매각하든지, 위탁경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2003년 9월5일 한남동)

곰팡이, 진드기 등을 박멸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해 볼 것.(2003년 12월17일 도쿄)

연구 인력도 C급은 걸러내고 S급, A급을 중심으로 연구 조직을 ‘모토롤라 타도팀’ ‘노키아 대비팀’ ‘현상 유지팀’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것을 검토해 볼 것.(2003년 11월13일 휴대폰 사업현황 보고)

신임임원 교육시 1박 정도 부부동반하여 테이블 매너 및 와인 교육 등 임원으로서의 매너 및 소양교육을 시킬 것.(2003년 12월22일 한남동)

<기타>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한국에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으면 위원 자격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볼 것.(2003년 12월26일 보광)

사장단 회의 때 황장엽을 초청해 이야기 한번 들어보는 것을 검토해 볼 것.(2003년 8월25일 호텔신라)

경남 의령이 금번 수재에서 피해가 큰 것 같음. 선대 생가를 비롯해 피해 정도를 알아보고 지원방안을 검토할 것.(2003년 9월16일 한남동)

서울대 호암생활관 관장에게 관련자를 보내서 시설 보수 등 개선점을 들어보고 지원 방안을 검토해 볼 것.(2003년 10월13일 한남동)

스노우보드협회를 창설해 우리 임원이 회장을 맡아 운영하는 것을 검토해 볼 것.(2003년 12월27일 보광)

▶회장 지시사항 “돈 안받는 사람에겐 호텔할인권 주면 효과 있을 것”
▶ 이 회장 지시사항은 ‘헌법’…삼성 ‘전방위 로비’ 추정케
▶ 김용철 변호사, 일주일 넘게 ‘양심고백’ 재판에 대비 모두 녹취
▶ 삼성, 이 회장에 불똥 튈라 ‘곤혹’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뒤 판·검사출신 ‘집중영입’
▶‘떡값 리스트’ 김용철 변호사 직접 작성
▶ 삼성본관엔 기자실 없나? 왜 보도를 못하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시 받았나’ 묻자…서부지법 난동 전도사 묵묵부답 1.

‘전광훈 지시 받았나’ 묻자…서부지법 난동 전도사 묵묵부답

국민연금 시행 37년 만에…첫 ‘월 300만원 수급자’ 나왔다 2.

국민연금 시행 37년 만에…첫 ‘월 300만원 수급자’ 나왔다

현직 검사 ‘부정선거론’ 일축…120쪽 총정리 파일 무슨 내용? 3.

현직 검사 ‘부정선거론’ 일축…120쪽 총정리 파일 무슨 내용?

김성훈 “관저 기관단총·탄약, 평시에도 있던 걸 위치만 조정” 4.

김성훈 “관저 기관단총·탄약, 평시에도 있던 걸 위치만 조정”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 [영상] 5.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 [영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