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빌딩, 삼성 본관, 태평로빌딩 등 삼성그룹 건물들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의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시사항’ 문건 의미와 파장
“돈 안받으면…” 구체적 로비방식 충격
비판적 시민단체에도 지원 검토 언급
고위임원만 회람…이행상황 상세 보고
“돈 안받으면…” 구체적 로비방식 충격
비판적 시민단체에도 지원 검토 언급
고위임원만 회람…이행상황 상세 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장단 등에 지시한 것을 정리한 ‘회장 지시 사항’은 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경영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대외 로비나 언론, 시민단체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등 그 주제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로비 방식을 언급한 대목은 충격적이다. 삼성그룹의 대외 로비가 공공연한 비밀이긴 했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이를 구체적으로 지시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도록 주문했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현금으로 로비를 한다는 것의 방증이다. 또 이 회장이 “엄한 검사나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주었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로비가 어려운 상대까지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나 판검사 등 우리 사회 지도층 전반을 삼성이 이 회장의 지시로 ‘관리’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그룹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시한 점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삼성에 껄끄러운 단체인 참여연대에 대해서도 몇십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도록 했다. 이런 시민단체를 지원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비판을 누그려뜨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 하다.
이 회장이 언론 보도 태도와 광고를 연결시킨 대목은 재벌그룹이 자본의 힘을 이용해 언론까지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준다. <한겨레>에 대한 언급만 있었지만, 재벌그룹 총수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막강한 자본과 언론의 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각 계열사의 구체적인 경영에 대한 언급도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이 주식 한 주도 없는 계열사의 세부적 경영현안까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시비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 지시 사항’은 이 회장이 자택이나 공식 회의 등에서 지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는 “이 지시 사항은 당시 구조조정본부의 고위 임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회람되는 것”이라며 “구조본 안에서는 ‘헌법’으로 간주돼 그 이행 상황은 이 회장에게 상세히 보고된다”고 말했다.
지시 사항 중에는 이행된 것도 있고, 검토 단계에서 폐기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 할인권 발행 검토’의 경우 이 회장이 지시한 뒤, 김 변호사도 호텔신라 숙박권 50여장을 회사에서 받아 지인들에게 돌렸다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지원 검토’ 는 지시가 있었지만 실제로 참여연대에 돈이 지원되지는 않았다.
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회장 지시사항 “돈 안받는 사람에겐 호텔할인권 주면 효과 있을 것”
▶ 이 회장 지시사항은 ‘헌법’…삼성 ‘전방위 로비’ 추정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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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 회장에 불똥 튈라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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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값 리스트’ 김용철 변호사 직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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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구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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