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발표 뒤에도 “조종사 사내포상” 고집
지난 6월9일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회사와 조종사 두둔에만 급급한 채 사고 원인에 대해 잘못된 해명과 거짓말을 거듭해 온 사실이 25일 건설교통부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한 날개인 아시아나의 기업 신뢰도는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그러나 이날 아시아나 쪽은 오히려 “이번 조사로 사고 당시 조종사의 뇌우 회피 동작과 안전운항 노력, 관제와의 긴밀한 협조 등이 밝혀져 회사와 기장의 명예가 지켜졌다”며 “급박한 상황에도 안전착륙에 성공한 운항승무원에게 예정대로 사내 포상을 할 예정”이라고 반응했다. 사고 뒤 80여일 동안 사실을 부인하거나 거짓말을 거듭해 오다, 끝내 조사 결과까지 무시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영웅 만들기’ 홍보전 개가=지난 6월10일, 아시아나의 이아무개(45) 기장은 하룻밤 사이 영웅이 됐다. ‘갑자기 나타난’ 뇌우를 맞아 항공기 전면 레이더돔과 조종석 앞 유리창까지 깨졌지만 비상착륙에 성공해 수많은 탑승객을 구했다는 얘기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가 펼친 기민한 홍보전의 개가였다.
하지만 아시아나는 이틀 만에 사고 지점을 안성에서 오산 상공으로 고쳤다. 기본적 조사도 불충분한 상황에서 ‘홍보’에만 급급하다 사고에 대한 기본 사항마저 잘못 공개한 셈이다. 대신 “지시와 절차를 잘 따라 승객을 안전하게 모신 승무원들에게 감사한다”며 과시성 홍보를 더 추가했다. 특히 기장에게는 이 회사 창사 이래 두 차례밖에 수여된 적이 없다는 ‘웰던상’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이에 대다수 언론들은 심하게 망가진 비행기 모습과 대비하며 기장의 영웅적 면모를 앞다퉈 보도했다. 항공여행 여름 성수기를 앞둔 상태에서 조종사 과실로 인한 대형 사고를 영웅담으로 미화해 역전시키는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추적 보도 비난=소낙비구름으로부터 충분히 회피비행을 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뇌우를 맞았다는 아시아나의 설명은 속속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세 차례 보도를 통해 사고 항공기가 회피비행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한 비구름층을 320노트에 이르는 고속으로 통과했음을 밝혔다. 특히 당시 동남쪽으로 이동하던 구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구름층의 서쪽(인천공항 방면)이 아닌 동쪽으로 방향을 선택한 기장의 그릇된 판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1만피트 상공의 기상도와 사고 항공기의 항적도를 토대로 정밀 분석한 결과, 사고 지점이 일죽 근처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혔다. 그전까지 아시아나 쪽은 사고 상공이 소낙비구름이 없던 오산 상공이라고 설명해 왔다.
<한겨레>의 추적 보도가 이어지자 아시아나 쪽은 해명 자료를 내어 “더는 대응할 가치가 없는 ‘찌라시’ 수준의 기사”라며 <한겨레> 보도를 ‘악의적 왜곡 보도’로 비하했다. 그러면서도 <한겨레> 취재진에는 말바꾸기 해명을 계속했다. “최고 속도는 250노트를 유지했다”에서 “사고와 함께 전자 제어장치가 고장나는 통에 사고 직후 속도가 높아졌다”로, “회피비행을 했다”에서 “충분한 회피비행은 못했지만 공항 접근 단계라 항로를 변경할 수 없었다”로 시종 오락가락했다.
아시아나 노조 관계자는 “회사 쪽이 그동안 말도 안 되는 대응을 한 것이 근본 문제”라며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국민에게 잘못된 사실을 말한 데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비행기에는 초등학생 수학여행단 170명을 포함해 200명이 타고 있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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