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에 걸쳐 대대적으로 지면을 할애하여 아시아나 8942편/9JUN 우박피해 상황을 조종사 과실이나, 의혹등으로 여론을 호도한 한겨레 신문기사 내용에 대한 저의를 이해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해명코자 함” 21일 아시아나가 <한겨레> 보도에 대해 발표한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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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에 대한 <한겨레> 보도에 대해 21일 아시아나항공사가 해명문을 발표했습니다. 대부분이 <한겨레>의 보도 내용이 항공이라는 전문 분야에 무지한 소치라는 식의, 반박이라기보다는 비방에 가까운 글입니다. 황우석 사태 때 과학에 무지한 언론이 왠 보도냐는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자’는 자신의 지식과 판단만으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은, 아시아나와 다른 항공사의 조종사, 건설교통부, 관제소, 기상청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내용과는 너무도 다를뿐더러 사실에 맞지 않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현재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머잖아 사고 원인이 밝혀지리라고 생각하지만, 몇 가지 명백히 잘못된 점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시아나의 반박 항목마다 취재진의 의견을 덧붙입니다.
1. 과속 부분 ....................................................................................
아시아나의 반박 : 비전문가들을 자극하기 위해 '과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항공기의 운항내용은 근본적으로 관제기구의 모니터를 받기 때문에 과속을 할 수가 없음(항공기간의 분리 및 체증 해소등 항로 교통상황에 따라 필요시 관제기구의 지시나 조종사의 요청 및 관제기구의 승인에 따라 '증속, 감속'등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음)
항로상의 고도에서는 항공기 순항속도로 운항하고 서울접근관제소 관제구역 진입시 10,000피트(약3,000m) 와 그 이상의 고도에서는 최대 250노트를 유지하고, 10,000피트 이하에서는 최대 230노트를 유지하게 되어 있으나, 항공기 관제상 관제사의 필요시, 혹은 조종사가 요구시 속도를 증속 시킬 수 있다. 해당고도에서의 A321항공기의 최대속도는 350노트(knot) 로서 320노트(knot)는 정상적으로 증속된 속도로 볼 수 있으며, 한겨레에서 보도한 소낙비를 만났다면 항공기에 엄청난 무리가 간다고 했는데 그건 항공기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쓴 글이라 생각된다. 또한 당시의 증속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구간을 비행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며, 당시의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
<한겨레> 취재진의 의견 : 사고항공기인 “A321항공기의 최대속도는 350노트로 320노트는 정상적으로 증속된 속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아시아나가 밝힌 것처럼 항공기는 서울접근관제소 관제구역에 들어오는 오산근처부터 250노트 이하의 속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만 다른 항공기의 운항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경우 관제사의 승인을 얻어 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320노트라는 속도를 정상속도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종사들은 그 고도에서 “320노트 속도는 거의 한계속도로 ‘미친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사고 직전 기장은 극심한 난류(severe turbulance)를 통과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조종사들은 “항공기 기체에 무리가 갈 정도의 극심한 난류지역에서는 속도를 230∼260노트까지 줄여야 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우박이 아닐지라도 기체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속도”라고 주장합니다. 조종사들이 이번 사고기의 속도에 예민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리한 속도가 이번 사고의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에서 ‘과속’이라고 표현한 것은 320노트가 정상적인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입니다. 서울접근관제소 관제구역 내에서의 속도 제한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준수되어야 합니다. 만일 이 속도를 유지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면 아시아나가 먼저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한편 항공기의 속도와 관련해 독자들의 오해가 있는듯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항공기 속도단위인 1노트는 약 1.8키로미터입니다.
항공기 속도를 표시하는 개념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상을 기준으로 항공기의 움직임 속도를 나타내는 대지속도(Ground Speed)와 조종석 계기판에 표시되는 지시대기속도(Indicated Air Speed), 그리고 항공기의 실제 속도를 나타내는 진대기속도(True Air Speed) 등이 그것입니다.
조종사들은 지시대기속도에 의해 비행을 합니다. 비행관련 규정이나 법령 역시 모두 지시대기속도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조종사들이 기록하는 운항일지도 그렇고 블랙박스에 기록되는 속도도 지시대기속도입니다. 반면 항공기 객실 모니터의 화면에 표시되는 속도는 대지속도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대지속도가 쉽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동차는 지상에서 달리는 속도와 계기판에 표시되는 속도가 같지만 항공기는 다릅니다. 항공기는 같은 대지속도라 하더라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항공기 속도 계기판이 나타내는 지시대기속도는 낮아집니다. 그 이유는 항공기에 있는 지시대기속도계의 측정원리가 대기중의 공기 밀도나 압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공기의 지시대기속도가 300노트라 할지라도 1만피트 상공이냐 2만피트 상공이냐에 따라 대지속도는 다릅니다. 여기에 항공기가 뒷바람을 받고 비행하게 되면 대지속도는 시속 1000㎞도 가능합니다.
2. 기상청에서 입수한 구름사진 ...................................................................
아시아나 8942편 항적과 사고당시 1만피트상공 적란운대 상황
아시아나의 반박 : 기상청에서 입수하여 대비한 기상 레이더 사진은 구름의 전체적인 분포도와 수직상으로 구름의 강도를 나타낸, 지상에서 관측한 자료와 항공기를 기준으로 전방의 기상 장애물을 찾아내는 항공기의 탑재레이더의 영상은 다른 개념이다. 항공기의 항행 방향을 탐색하여 상,하,좌,우로 구름이 없는 구역을 비행하다가 구름에서 날라온 우박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며, 자세한 것은 모든 운항자료를 가지고 분석하고 있는 사고 조사위원회에서 밝혀 질 것이다. 한겨레신문에서 주장하는 노랑,빨강,초록색은 비올 확률을 측정하는 것이고, 항공기의 레이더에 나타나는 구름의 강도를 측정하는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
<한겨레> 취재진의 의견 : <한겨레>가 제시한 기상청의 기상 레이더 사진은 사고항공기 고도(1만1천피트)와 유사한 1만피트 상공의 구름분포도를 분석한 것입니다. 이 기상청 사진을 입수한 뒤 조종사들에게 보여준 결과, 항공기 안의 기상 레이더의 영상과 거의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진과 당시 사고 비행기의 고도가 1천피트 가량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사고 항공기가 회피비행 원칙대로 이 구름 사진에서 나타나는 초록색 구름 밖으로 10~20마일 가량을 벗어나 운항했다면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아시아나가 자신이 있다면, 이 기상청 레이더 사진이 역시 보라, 빨강, 노랑, 초록, 파랑으로 표시되는 항공기의 기상 레이더 사진과 무엇이 다른지, 당시 기상 레이더에 나타난 구름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지를 밝히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3. 회피방향에 대한 소견 ...................................................................
아시아나의 반박 : 회피 방향은 항공기의 레이더에 장착된 레이더에 나타나는 항적을 보고 어느쪽으로 갈 것인가는 기장이 판단 할 일이며, 레이더에 나타난 영상을 참고하여 오른족으로 회피한 기장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항로를 벗어나 회피하기 위해서는 회피방향을 계획하고 지상레이더 관제소에 기장의 의사를 전달하여 인가를 받아야 되며, 통상 기 계획된 항로와 가장 근접한 쪽으로 회피하려고 계획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상황은 김포와 인천공항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항공기가 이륙을 하고 있었으며, 운항하는 기장은 오른쪽으로 기 계획된 항로를 가까이 운항하는 것이 안전하고 레이더 및 육안으로 비구름을 충분히 회피되었다고 판단했다.
<한겨레> 취재진의 의견 : 아시아나는 “레이더 및 육안으로 비구름이 충분히 회피되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합니다. 회피비행이란 레이더상에 나타난 적란운 구름무리의 초록색 부분으로에서 10∼20마일 이상의 거리를 두고 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회피거리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채 “충분히 회피되었다”고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는 당시 사고 항공기가 초록색 구름 밖으로부터 몇 마일이나 떨어져 회피비행했는지 솔직이 밝혀야 합니다.
사고 항공기가 제대로 된 회피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시아나쪽이 밝힌 사고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사고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나는 기내사무장의 말을 인용해 “음료서비스 종료후 기장으로부터 ‘극심한 난류 신호(severe turbulance sign)’를 받고 승객들에게 착석경고를 한 잠시 뒤 심한 기체동요와 함께 항공기 외부에서 비와 우박이 뗠어지는 듯한 소음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고항공기 기장은 다른 글에서 “레이더에 잡힌 적란운을 피해가며 운항하던 중 오산 상공에서 난기류를 접하며 항공기의 요동이 시작됐다. 주위에는 산발적인 번개와 함께 주먹만한 우박이 항공기의 유리창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접한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사고 조종사가 초록 구름으로부터 10~20마일 떨어져 회피비행한 것이 아니라, 기상 레이더에 나타난 구름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서 운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고항공기가 오른쪽으로 항로를 선택한 부분입니다. 소나기 구름이 항로에 걸쳐 있어 구름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이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회피하지 않는 것이 조종사들에게는 상식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대에 제주에서 김포로 향한 대한항공 항공기는 모두 구름을 피해 왼쪽 항로를 택했습니다.
아시아나는 사고항공기가 오른쪽으로 항로를 선택한 이유를 “조종사들은 정상항로를 따르고 싶은게 자연스런 심리이며, 앞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한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비슷한 시간대의 아시아나 항공기의 항로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작 아시아나는 “항공기가 많아서 모른다”고만 답변했습니다. 다른 항공사의 사례만을 들어 비교하는 것이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아 공개를 요청한 것임에도 이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로 선택에 있어 조종사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아시아나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옳지만, 조종사의 잘못된 판단까지 존중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 최악의 우박세례와 돌풍 ...................................................................
아시아나의 반박 : 최악의 우박세례를 맞았다면 항공기의 손상 정도가 그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돌풍은 바다, 혹은 지상에서 사용하는 용어지 항상 항공에서는 착륙 할 때나 사용하는 용어이다. 고 고도에서 겨울에 제트기류를 이용하여 미국 방향으로 운항 할 때는 최대 300노트(knot)=540km의 뒷 바람을 타고 간다. 돌풍으로 인해 기체가 손상가는 일은 없다.
<한겨레> 취재진의 의견 : <한겨레>는 기사에서는 항공기 앞 쪽의 노즈레이덤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다 깨지고, 항공기 날개에 구멍이 날 정도의 우박과 돌풍을 ‘최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것이 최악이 아니라면 아시아나가 말하는 ‘최악’이란 항공기가 추락해 대형 사고가 나야 한다는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트기류를 뒷바람으로 이용해 운항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항공기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소낙비구름속으로 들어가 극심한 난류(severe turbulance) 휘말린 경우에 항공기에 큰 악영향이 없을까요? 그러면 아시아나에 묻습니다. 최악의 우박과 돌풍이 없었더라면 왜 사고 항공기의 노즈레이덤이 떨어지고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고 날개에 구멍이 생겼을까요?
5. ‘무리한 비행' 의혹 커지는 아시아나 사고 ....................................................
아시아나의 반박 : 빠듯한 운항 일정 등을 이유로 웬만하면 비구름을 뚫고 운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 내용은 항공분야에 대한 극단적인 무지의 소치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봄.
<한겨레> 취재진의 의견 : 빠듯한 운항일정 등이 무리한 운항의 원인일 수 있다는 <한겨레>의 지적은 아시아나가 주장한 것처럼 “항공분야에 대한 극단적인 무지의 소치”가 아니라 그동안 아시아나 일부에서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어 온 것입니다. <한겨레>가 직접 반박할 필요도 없이 아시아아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의 게시판에 실린 글을 인용합니다. “국내선의 빡빡한 스케쥴 타임은 이미 정평이 자자하다. 운항스케쥴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서 아마 무리한 조작이나 절차를 시행해보지 않은 조종사는 한명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high speed로, 때로는 high spd taxi로, 때로는 ATC에 졸라서.. 도착하자 마자 10분,20분 여유속에서 다음비행이 준비되어야 하고 식사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현실은 이미 조종사들의 무리한 운행과 사고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우박사고가 만일에라도 이러한 빡빡한 스케쥴로 인해 고속접근과 비구름속의 무리한 통과로 연결된 것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중이므로 앞으로 이르면 한 달 뒤에 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여기서는 사고 과정이나 원인뿐 아니라, 사고 뒤 조종사가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항공기를 착륙시킨 점 또한 확인되리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사는 사고 이후의 대처 능력을 자랑하기에 앞서 사고 이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사고 대처능력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