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대 소낙비 구름 못피했나
“회피비행” 불구 사고…다른 비행기들은 무사해 의문
진상 조사중 아시아나는 조종사표창부터 ‘은폐·미화’ 가능성
“회피비행” 불구 사고…다른 비행기들은 무사해 의문
진상 조사중 아시아나는 조종사표창부터 ‘은폐·미화’ 가능성
‘추락 참사 모면한 쾌거인가, 악천후 속으로 뛰어든 무모한 비행인가?’
우박을 맞아 항공기 앞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도 비상착륙에 성공해 언론의 찬사를 받았던 지난 9일의 아시아나항공 8942편 사고와 관련해, 악천후 속에서 무모한 비행을 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고 원인에 대한 공식 조사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조종사들을 표창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언론홍보에 나선 점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서울지방항공청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9일 사고를 겪은 제주발 김포행 아시아나 8942편 항공기 조종사는 경기도 오산 상공에서 강한 폭풍우나 우박과 천둥·번개를 품고 있는 대규모 적란운(소나기구름)을 발견했고, 회피비행(위험한 상황이 있는 경우에 이를 우회해서 비행하는 것)을 시도했음에도 강한 우박과 번개를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고 시각을 전후로 같은 항로를 비행한 4편 이상의 다른 항공기들은 모두 회피비행을 통해 이 적란운을 20마일씩 돌아서 안전하게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 확인 결과, 당시 사고 항로상에는 오후 3시45분께부터 적란운이 높이 10㎞ 가량으로 거대하게 형성돼 있었으며, 이것은 항공기에 장착된 기상 레이더나 조종사의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조종사들은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조종사는 “항공기 레이더는 우박 등 강수현상을 사전에 충분히 포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0~20마일 정도 거리를 두고 회피비행을 해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사고 항공기가 회피비행을 했는데도 사고가 일어났다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사고 기종엔 기상 레이더가 있는데 왜 조종사가 적란운 속으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랐다. 또 오른 글들 가운데는 “지난해 6월 중국 창춘행 아시아나 항공기도 적란운 속에서 우박을 맞아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뒤 가까운 공항으로 비상착륙했지만, 이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서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며 아시아나항공 쪽이 이번 사고 파장의 우려해 사고 경위를 서둘러 은폐하고 미화했을 가능성을 꼬집는 조종사들의 글도 있었다.
적란운 등 악천후 기상 상황이 예상되면, 항공기 조종사는 관할 관제소에 “항로를 벗어나 회피비행하겠다”고 요청하고 관제소는 보통 이런 요청을 그대로 승인한다. 때문에 조종사가 회피비행을 제대로 했다면 적란운 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과 서울지방항공청은 “해당 항공기가 서울접근관제소에 회피비행을 요청했고, 관제소에서도 이를 승인했다”며 “조종사가 회피비행을 했으나, 우박과 번개를 피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가 회피비행을 했다고 하지만, 뒤늦게 회피비행에 나섰거나 비행방향을 잘못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항공기에 장착된 기상레이더에 이상 여부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시각 전후에 같은 항로를 운행한 다른 항공기들은 모두 왼쪽으로 우회했다”며 “사고 항공기 경우, ‘적란운을 발견한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관제소의 지시에 따라 왼쪽으로 바꿨다’는 얘기부터 ‘폭풍우가 몰아치는 적란운 속으로 무모하게 진입했다 사고가 났다’는 말까지 돌고 있어 통 종잡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의문들에 대해 유병설 건설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다”며 사고 항공기의 회피비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확인을 유보했다. 유 국장은 또 “사고 원인과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조종사에게 표창을 주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김규원 이재명 기자 che@hani.co.kr
아시아나항공의 한 조종사는 “항공기 레이더는 우박 등 강수현상을 사전에 충분히 포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0~20마일 정도 거리를 두고 회피비행을 해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사고 항공기가 회피비행을 했는데도 사고가 일어났다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사고 기종엔 기상 레이더가 있는데 왜 조종사가 적란운 속으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랐다. 또 오른 글들 가운데는 “지난해 6월 중국 창춘행 아시아나 항공기도 적란운 속에서 우박을 맞아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뒤 가까운 공항으로 비상착륙했지만, 이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서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며 아시아나항공 쪽이 이번 사고 파장의 우려해 사고 경위를 서둘러 은폐하고 미화했을 가능성을 꼬집는 조종사들의 글도 있었다.
적란운 등 악천후 기상 상황이 예상되면, 항공기 조종사는 관할 관제소에 “항로를 벗어나 회피비행하겠다”고 요청하고 관제소는 보통 이런 요청을 그대로 승인한다. 때문에 조종사가 회피비행을 제대로 했다면 적란운 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과 서울지방항공청은 “해당 항공기가 서울접근관제소에 회피비행을 요청했고, 관제소에서도 이를 승인했다”며 “조종사가 회피비행을 했으나, 우박과 번개를 피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9일 경기 안양 상공에서 벼락에 맞아 앞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사진 = 연합뉴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가 회피비행을 했다고 하지만, 뒤늦게 회피비행에 나섰거나 비행방향을 잘못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고 항공기에 장착된 기상레이더에 이상 여부에도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시각 전후에 같은 항로를 운행한 다른 항공기들은 모두 왼쪽으로 우회했다”며 “사고 항공기 경우, ‘적란운을 발견한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관제소의 지시에 따라 왼쪽으로 바꿨다’는 얘기부터 ‘폭풍우가 몰아치는 적란운 속으로 무모하게 진입했다 사고가 났다’는 말까지 돌고 있어 통 종잡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의문들에 대해 유병설 건설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사고 원인을 밝힐 수 있다”며 사고 항공기의 회피비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확인을 유보했다. 유 국장은 또 “사고 원인과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조종사에게 표창을 주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김규원 이재명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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