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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뭉게뭉게’ 커지는 아시아나 사고 의문점

등록 2006-06-15 19:51수정 2006-06-15 21:31

■ 갑자기 나타난 소낙비구름? 기상청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이동경로”
■ 비구름 이동방향으로 우회? 타비행기들은 반대편 왼쪽으로 돌아가

지난 9일 우박과 돌풍으로 항공기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파손된 상태로 비상착륙에 성공했던 아시아나항공 8942편 사고의 진실을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고를 낳은 소낙비구름(적란운)은 당시 레이더와 육안으로 모두 확인가능했던데다, “적란운 회피비행을 했음에도 우박·번개를 맞았다”는 아시아나 쪽 주장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나 조종사들 모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사고 경위와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조종사들을 표창한다며 대대적 언론홍보에 나선 대목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마른 하늘에 우박·번개?=사고기의 이아무개 기장은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오산 상공에서 분명히 소낙비구름을 회피해서 갔는데도 다시 비구름과 맞부딪친 게 나로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레이더에 나타난 소낙비구름을 피해 지나간 뒤에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은 소낙비구름과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기장은 또 “레이더는 정상이었고 육안으로도 소낙비구름을 확인하며 환한 쪽으로 선회했는데, 갑자기 비구름이 나타나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우박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사고 상공의 기상 상황에 대해 기상청은 다른 의견을 밝혔다. 기상청 한 관계자는 “오후 1시께 경기만 북서부에서 형성된 소낙비구름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동남쪽 내륙으로 이동해 오후 5시께 경기도 남부, 7시께 충주 부근에 이르렀다”며 “이런 이동 경로는 조종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만큼 규칙적이었다”고 밝혔다. 한 조종사도 “우박을 동반한 비구름 가운데 항공기에 있는 기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시각 직후 같은 항로를 운항한 조종사도 “레이더와 육안으로 소낙비구름이 보여 오른쪽으로 회피비행했고, 지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조종사 실수가 있었을까?=아시아나 쪽은 “소낙비구름이 갑자기 몰려왔을 수도 있지 않으냐”며 회피비행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많은 조종사들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이는 소낙비구름과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근접비행을 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판단 착오나 불충분한 회피비행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조종사는 “당시 기상상황을 보면 큰 소낙비구름이 뭉텅이로 나타나는데, 규정대로 10~20마일(약 16~32㎞)의 거리를 두고 회피했다면 소낙비구름을 만났을 리가 없다”며 “사고 조종사가 소낙비구름 가까이 비행하며 눈으로 구름들을 피해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항공기와 같은 기종·항로를 운항해온 다른 조종사도 △조종사의 레이더 인식착오 △레이더의 오작동 △불충분한 회피비행 중 하나말고는 사고 원인을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조종사는 “비구름은 기상 레이더에 빨강·노랑·초록 색깔로 점점이 표시되는데, 어떤 조종사들은 멀리 우회하기보다 이 사이를 통과하려는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 경우 흩어져 있는 소낙비구름에 가운데 하나에 부딪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돌연 함구=지난 9일 사고 직후, 비상착륙의 쾌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사고기 조종사들에게 조종사 최고의 영예인 ‘웰던’ 표창까지 한다고 발표했던 아시아나는 사고 경위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자 돌연 입을 다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핵심 고리라고 할 만한 회피비행의 시작점이나 회피 거리, 비슷한 시간에 같은 항로를 지난 다른 아시아나 항공기의 사례 등에 대해서 모두 확인을 거부했다.


또 지난 6월 중국 장춘행 아시아나 337편이 이번과 비슷한 우박 사고를 당한 뒤 기장이 부기장으로 강등된 데 대해서는 “기장이 관제사와의 협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 등 비상상황 대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노조의 주장처럼 당시 기장이 노조 간부였기 때문에 징계했고, 이번은 비노조원이라서 포상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임인택 기자 miso@hani.co.kr

“사고원인 명확한 규명을”
교통문화운동본부

교통문화운동본부(대표 박용훈)는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우박을 맞고 기체가 파손된 사고와 관련해 15일 성명을 내 “사고기 운항 전후상황 점검과 파손부위 정밀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과 건설교통부가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조종사를 영웅시하고 포상까지 계획하는 것은 국민안전을 무시한 행위”라며 “조종사의 대응은 높게 평가할 일이지만, 다른 항공기들은 사고지역을 회피비행해 우박을 피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과실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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