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안양 상공에서 벼락에 맞아 앞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사진 = 연합뉴스)
코 떨어진 아시아나기 ‘사고원인’ 놓고 의혹의 구름 뭉게뭉게
지난 9일 심한 우박으로 항공기 앞부분이 떨어져나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 대해 조종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한결같이 사고 원인이나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놀랍게도 이런 반응엔 사고기 조종사 자신조차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당시 경기도 오산 상공에 형성돼 있던 소낙비구름(적란운)은 기상 레이더는 물론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으며, 사고 항공기 조종사가 ‘회피비행’을 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설 말고는 설명할 길이 별달리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조종사는 ‘아시아나 8942편 사고 경위’가 짙은 안개 속에서 위험한 곡예비행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폭풍우를 품은 구름과 마주친 무모한 비행’이 대형 참사 위기를 낳았다는 ‘의혹의 구름’이 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고 초기 아시아나쪽의 대대적 홍보로 비상착륙 성공이라는 초대형사고의 ‘출구’쪽에만 몰렸던 눈길들이 사고원인이라는 ‘입구’ 쪽으로 옮겨가면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착된 기상레이더 통해 ‘위험지역’ 회피비행 ‘상식’
사고 항공기는 비행중 기상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기상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었다. 조종사는 이 레이더로 비나 눈, 우박이 내릴 가능성이 높은 소낙비구름 지역이나 난류 지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운항 중 레이더를 통해 소낙비구름을 파악하면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를 돌아서 피해가는 ‘회피비행’을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사고가 발생했던 오산 상공에는 소낙비구름이 높이 10㎞, 너비 70∼80㎞ 규모로 형성돼 있었다. 사고 시각 전후로 비구름은 항공기의 왼쪽에 있었고, 이 시간대의 모든 항공기들이 비구름을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회피비행을 했다. 사고여객기보다 5분전에 같은 항로를 운항했던 조종사는 소낙비구름은 매우 큰 규모로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비행기보다 5분 뒤에 동일장소를 운항한 항공기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항공기 역시 이 소낙비구름을 피해 오른쪽 방향으로 운항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사고기 8942, 회피비행했는데 레이더 안잡힌 또다른 구름 직면”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항공기 기장이 김포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항로상에 비구름을 발견하고 서울접근관제소에 비행 경로 변경을 요청해 허가를 받은 뒤 구름이 없는 오른쪽(방향 30도)으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김승환 서울지방항공청 관제통신국장도 “조종사가 ‘왼쪽에 구름이 있으니까 오른쪽으로 가겠다’고 해서 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유독 8942편 항공기만 우박을 만나 사고가 발생하게 됐을까? 사고 항공기의 기장은 “육안과 레이더로 소낙비구름을 확인했고 환한 쪽으로 선회를 했는데,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또 다른 구름이 나타나 채 1분도 안된 상태에서 우박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정작 자신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조종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조종사는 “그날 기상 상황을 보면 큰 소낙비구름이 형성돼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작은 구름들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비구름 덩어리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우회했다면 기장이 설명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기 제외하곤, 앞 뒤 비행기 모두 ‘위험지역’ 우회비행
사고항공기가 소낙비구름으로부터 충분한 거리(10~20마일)를 두지 않은 채 회피비행을 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조종사는 “기장 말을 살펴보면 사고 항공기는 멀리 회피비행했다기보다, 소낙비구름 근처를 지났거나 소낙비 구름 사이를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며 “사고 시각이 야간이 아니어서 기장이 육안으로 구름만 피해가며 소낙비구름을 피해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조종사는 “비구름이 점점이 찍혀 있는 레이더를 보면 조종사들은 돌아가기보다 통과해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낙비구름은 기상 레이더에 초록, 노랑, 빨강 등으로 나타나는데, 초록은 약한 비구름, 노랑은 중간, 빨강은 강한 비구름을 뜻한다. 한 조종사는 “빨강의 소낙비구름은 항공기를 두 동강 낼 정도로 내부 바람이 강하다. 따라서 안전을 도모하려면 비구름의 바깥쪽 초록색으로부터 20마일 이상 떨어져 가야 한다.
소낙비구름을 피해 멀리 우회하다 보면 때때로 서해상으로 나가 중국과의 국경 근처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오른쪽으로 회피하다 보면 서울의 비행금지·제한구역에 접근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청와대에서 반지름 3㎞ 안쪽인 비행금지 구역에 들어가면 총이나 포에 맞을 수도 있다.
회피비행 하다보면 비행금지·제한구역 만나기도
“귀찮아 가끔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도” 이런 문제들로 인해 때때로 조종사들은 회피비행을 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조종사에 따라서는 회피비행을 귀찮아해서 웬만한 비구름 사이는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구름 속에서는 어떤 비상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조종사들은 반드시 회피비행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사고 항공기의 회피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종사들의 추정은 또다른 근거도 갖고 있다. 이번처럼 심한 우박은 소낙비구름의 중심부, 즉 빨강색으로 표시만 곳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 여객기가 회피비행을 했다면 우박을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쪽은 소낙비구름의 외곽에서 발생한 우박에 의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소낙비구름을 하나의 덩어리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중심과 외곽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김병홍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당시 김포공항 근처에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공항쪽이 항공기의 접근과 착륙을 금지시키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시카고 공항으로 운항할 당시 이번 사고와 같은 기상상황이 발생하자 구름이 지나갈 때까지 항공기의 접근과 착륙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포공항 관제소측은 “비행중 발생한 상황일뿐, 이·착륙을 금지시킬 만한 기상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비행경력 30년 조종사 “우박으로 노즈레이더 떨어졌다는 말 처음 들어” 한편 조종사들은 이번 사고가 내용에서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비행경력 30년의 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내 조종생활 동안 우박으로 인해 노즈레이더가 떨어져나갔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7년 동안 항공기를 몰고 있다는 한 조종사도 “벼락에 의해 비행기 날개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경우는 봤지만, 이런 유형의 사고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떨어져나간 레이더 장치의 행방은 묘연하다. 노즈레이더가 김포공항 활주로에 있었다는 인터넷상의 한 주장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쪽은 “아직 발견 못했으며, 오산 부근의 야산 어디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밝혔다. <한겨레>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사고가 발생했던 오산 상공에는 소낙비구름이 높이 10㎞, 너비 70∼80㎞ 규모로 형성돼 있었다. 사고 시각 전후로 비구름은 항공기의 왼쪽에 있었고, 이 시간대의 모든 항공기들이 비구름을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회피비행을 했다. 사고여객기보다 5분전에 같은 항로를 운항했던 조종사는 소낙비구름은 매우 큰 규모로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비행기보다 5분 뒤에 동일장소를 운항한 항공기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항공기 역시 이 소낙비구름을 피해 오른쪽 방향으로 운항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사고기 8942, 회피비행했는데 레이더 안잡힌 또다른 구름 직면”
6월9일 아시아나 항공 8942편이 마주친 적란운의 이동경로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항공기 기장이 김포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항로상에 비구름을 발견하고 서울접근관제소에 비행 경로 변경을 요청해 허가를 받은 뒤 구름이 없는 오른쪽(방향 30도)으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김승환 서울지방항공청 관제통신국장도 “조종사가 ‘왼쪽에 구름이 있으니까 오른쪽으로 가겠다’고 해서 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유독 8942편 항공기만 우박을 만나 사고가 발생하게 됐을까? 사고 항공기의 기장은 “육안과 레이더로 소낙비구름을 확인했고 환한 쪽으로 선회를 했는데,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또 다른 구름이 나타나 채 1분도 안된 상태에서 우박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정작 자신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조종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한 조종사는 “그날 기상 상황을 보면 큰 소낙비구름이 형성돼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작은 구름들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비구름 덩어리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우회했다면 기장이 설명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기 제외하곤, 앞 뒤 비행기 모두 ‘위험지역’ 우회비행
아시아나 8942편 사고시간대 동일항로 통과한 다른 항공편
“귀찮아 가끔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도” 이런 문제들로 인해 때때로 조종사들은 회피비행을 해야 할 때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조종사에 따라서는 회피비행을 귀찮아해서 웬만한 비구름 사이는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비구름 속에서는 어떤 비상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조종사들은 반드시 회피비행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사고 항공기의 회피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종사들의 추정은 또다른 근거도 갖고 있다. 이번처럼 심한 우박은 소낙비구름의 중심부, 즉 빨강색으로 표시만 곳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 여객기가 회피비행을 했다면 우박을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쪽은 소낙비구름의 외곽에서 발생한 우박에 의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소낙비구름을 하나의 덩어리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중심과 외곽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김병홍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당시 김포공항 근처에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공항쪽이 항공기의 접근과 착륙을 금지시키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시카고 공항으로 운항할 당시 이번 사고와 같은 기상상황이 발생하자 구름이 지나갈 때까지 항공기의 접근과 착륙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포공항 관제소측은 “비행중 발생한 상황일뿐, 이·착륙을 금지시킬 만한 기상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비행경력 30년 조종사 “우박으로 노즈레이더 떨어졌다는 말 처음 들어” 한편 조종사들은 이번 사고가 내용에서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비행경력 30년의 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는 “내 조종생활 동안 우박으로 인해 노즈레이더가 떨어져나갔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7년 동안 항공기를 몰고 있다는 한 조종사도 “벼락에 의해 비행기 날개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경우는 봤지만, 이런 유형의 사고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떨어져나간 레이더 장치의 행방은 묘연하다. 노즈레이더가 김포공항 활주로에 있었다는 인터넷상의 한 주장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쪽은 “아직 발견 못했으며, 오산 부근의 야산 어디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밝혔다. <한겨레>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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