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추락 참사를 모면한 기장의 노련한 조종술이 빚은 쾌거인가, 비행규칙을 무시하고 악천후 속으로 뛰어든 무모한 비행인가?’

지난 6월 노즈돔 레이더가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비상착륙’에 성공해, 찬사와 함께 조종사 과실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란을 불렀던 아시아나항공 8942편에 대한 건설교통부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모든 언론이 아시아나항공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노련한 조종사의 쾌거”를 극찬하는 데 대해, <한겨레>는 지난 6월15일자 “우박 맞고 비상착륙 성공 아시아나 항공기 미스터리-왜 거대 소낙비 구름 못피했나”(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32492.html)를 단독보도해 일대논쟁을 불렀다.

<한겨레>는 항공기 조종사들을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회피 비행”을 했는데도 사고를 당했다는 아시아나항공의 발표에 의문을 갖고 같은 시각 같은 구역을 비행한 다른 항공기들이 모두 ‘회피 비행’을 통해 ‘무사’하게 비행했다는 것을 보도하고, 이후 지속된 보도를 통해 조종 과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사고 원인을 놓고 진상 조사중인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서둘러 조종사 표창부터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주목해 사고에 대한 ‘은폐·미화’ 가능성을 보도했다.

조종사 과실이 아니라는 아시아나항공쪽의 주장과 한겨레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건교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겨레>, ‘조종사의 쾌거’ 보도에 “왜 아시아나만 못피했나” 의혹제기

건교부는 25일 <한겨레>가 보도한 대로, 6월 김포공항에 접근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우박을 맞아 기체가 손상된 사고와 관련, 당시 조종사가 충분히 비구름을 피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5일 건설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김포공항으로 비행하던 중 경기도 일죽 상공에서 우박을 맞아 조종실 방풍창과 레이돔이 파손된 아시아나항공 8942편에 대한 사고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사고 당시 아시아나 항공기는 비구름에 대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회피비행을 하면서도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사고 당시 상공에는 두 개의 큰 비구름이 있었는데 항공기는 비구름을 완전히 돌아간 것이 아니라 두 구름 사이로 진입해 우박을 맞게 됐다는 것.

비구름 속 270노트 유지 대신 320노트로 가속하는 ‘부적절한 비행’
비구름 돌아가지 않고, 큰 두 구름사이로 진입 ‘우박’ 맞아

또 항공기는 기상레이더로 구름을 관찰할 때 안테나 각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했지만 레이더를 고정시켰으며, 비구름 속에서 속도를 270노트 정도로 유지해야 함에도 320노트 가량으로 높이는 부적절한 비행을 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서울접근관제소도 당시 관제레이더와 공항기상레이더에 나타난 구름대의 위치를 항공기에 조언하지 않았고 사고 항공기의 비상착륙을 인지한 14분 후 김포공항의 항공등화를 점등해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항공기상대는 사고 항공기가 우박을 맞은 상공에 비구름이 형성돼 있었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발표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4건, 항공교통센터와 서울접근관제소에 2건, 기상청에 3건의 안전권고사항을 발행해 유사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항공기가 우박을 맞고 레이돔 덮개와 조종석 방풍창이 파손된 것과 관련, 프랑스 사고조사기구 등과 함께 항공기 기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건교부 ‘부적절한 비행’ 조사불구, 아시아나 “조종사 과실 없다…예정대로 포상하겠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당시 항공기가 결과론적으로 우박을 맞았지만 조종사는 비구름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했고, 사고 이후 침착하게 대응해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공로가 인정되는 만큼 사내 포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당시 조종사는 동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해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공로가 인정되기 때문에 운항 승무원들에 대한 사내 포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