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기자
“현재 사고 조사가 진행중인데, 결과가 나온 뒤에 보도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15일 오전 아시아나항공은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왔다. 이날 아침 지면에 실린 지난 9일의 아시아나항공기 사고를 되짚은 기사 때문이었다. 이날치 〈한겨레〉는 기체까지 파손시킬 만큼 강력한 폭풍우를 피하지 못한 점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문을 전달했다. 대형 참사의 급박한 위기에 몰렸던 ‘전반전’은, 부서진 비행기로 승객 200여명의 목숨을 구한 ‘후반전’의 쾌거에 그동안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사로서는 사고 진상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의 보도내용에 억울함을 느꼈을 만도 하다. 우박을 맞아 항공기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정면 유리창이 부서진 상황에서 비상착륙에 성공해 승객을 살린 조종사에 대한 칭찬과 격려도 마땅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경위에 대한 진실도 피하려 해선 안 된다. 경기도 오산 상공의 거대한 소낙비구름 앞에서 ‘회피비행’은 이뤄졌는지, 충분한 거리(16~32㎞)를 두고 회피비행을 했다면 왜 우박·돌풍·번개와 마주쳤는지, 사고 시각 4분 전후로 같은 항로를 지난 항공기들은 왜 모두 무사했는지 등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지난해 6월 아시아나항공은 동일한 사고를 겪은 338편 기장을 운항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부기장으로 강등시켰다. 많은 조종사들이 이번 아시아나쪽의 조처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항변하기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왜 사고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대적인 언론 홍보에 나서고 해당 기장에게 조종사 최고의 영예인 ‘웰던’ 표창을 하기로 결정했는가? 그런 일이야말로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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