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법이 발효 된지 일년이 흐른 지난해 9월 21일 밤 서울 용산역 부근의 집창촌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가게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법시행 20개월, 경제계 “실효성없다” 문제제기에 여성계 발끈
2004년 9월 시행된 ‘성매매방지법’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을 비롯해 언론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탓이다. 일부에서는 우려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매매업주 처벌 강화'와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 목적으로 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하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경찰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법시행 20개월이 지났지만, 실효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집창촌 중심의 단속이 주택가 등지의 음성적인 성매매와 강남 등지의 안마소와 룸살롱을 매개로한 성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으며,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성매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단속에는 헛점이 많다는 보고서와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 “성매매처벌법 경제학적 관점에선 문제 많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성매매 처벌법’ 보고서를 통해 “성매매처벌법으로 인해 성매매 거래경로가 다양하게 분화해 관리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성중개와 직거래는 성매매의 거래비용을 대폭 낮춰 수요자는 과거보다 용이하게 익명으로 섹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성매매 시장의 기존 거래경로를 붕괴시켰을 뿐 성매매 근절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씨는 그 이유로 “성매매는 특별한 전문성이나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지만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여타 직업을 가지기 위한 비용은 대단히 크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성매매 여성이 다른 직업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당국은 집행력의 한계로 인해 다양하게 산재한 섹스서비스 공급업소들을 모두 단속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장 가시적인 거래경로인 집창촌 등 전통형 성매매업소들을 단속하고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행 방식이 성매매 축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성매매처벌법 시행으로 “새로운 거래경로를 모색하는 신규 진입자들은 색출과 처벌이 어려운 새로운 업태를 고안해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고 주택가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 성매매 공급자들이 산재하게 될 경우 섹스서비스 수요자들의 섹스서비스 접근성은 과거 집창촌의 경우보다 용이하게 되고 그 탐색비용도 감소하게 된다”며 “시장을 독점상태나 이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고 유통경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확대해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뒤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특정지역으로 한정하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보다는 인신매매, 청소년 고용 등에 대한 선별적인 제재와 처벌이 바람직하며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와 원조교제, 폰팅 등 다양한 신종 거래수단에 의한 성매매의 색출과 제재를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신종의 다양한 유통경로에서 비용을 축소하는 성매매에 대한 색출과 처벌을 법에 따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시행 당시 김강자 전 총경 등이 우려한 ‘풍선효과’가 현실화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 전 총경은 ‘미아리 텍사스’ 등 이른바 ‘전업형’ 매매춘을 집중 단속할 경우, 해당 지역의 매매춘은 없어지지만 매춘 여성들이 다른 지역이나 주택가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현실에 기반한 점진적 단속정책”을 주장했다. ◇ “성매매특별법 이후 신종 성매매 더 늘었다”
법시행 이후 서울의 대표적 홍등가인 미아리와 청량리, 천호동 등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한 안마시술소와 룸살롱은 무풍지대다. 현재 강남에만 100여곳의 안마시술소가 성업 중에 있으며, 논현동과 신사동 등 원룸촌을 중심으로 ‘가택 마사지’가 성행하는 등 변칙 성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은경 연구위원 연구팀이 지난해 8∼12월 서울·수도권의 20∼60살 남성 448명과 성매매로 처벌전력이 있는 남성 509명, 성을 팔다 처벌받은 여성 78명과 쉼터에 거주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 96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벌여 지난 3월 펴낸 ‘성매매문화’ 심층분석 보고서를 보면,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남성 5명 가운데 1명꼴로 성을 사고 있었고, 구매장소는 주로 안마시술소와 인터넷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사이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89명)의 63%, 검찰처분 성구매자(480명)의 36%가 안마시술소를 통해 성을 샀다고 답변했다. 또 검찰 처분을 받은 남성 509명 가운데 39.3%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을 산 것으로 드러나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나타났음을 보여줬다. ◇ “성매매 여성, 방지법 시행 이후 85% 유턴
방지법으로 어린이 대상 성폭력 등 성범죄 증가”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진출을 지원한다는 취지 역시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여성위 소속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월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와 함께 전국 집창촌 성매매 여성 999명을 상대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집창촌의 매춘 여성 3명 중 2명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 성매매를 처음 시작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매춘을 그만 둔 여성도 80% 이상이 집창촌으로 되돌아갔다. 성매매방지법이 집창촌 여성을 위한 대책이었는지를 의문케하는 결과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5%인 644명이 성매매법 시행 이후 집창촌에 들어와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35.5%(355명)는 법 시행 이전부터 성매매업에 종사해 왔다. 성매매법 시행 이전부터 매춘을 해왔다는 355명 중 302명(85%)은 단속 강화로 집창촌을 떠났다가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원직에 복귀했다. 또 302명의 절반 이상은 집창촌을 떠난 기간에 안마시술소나 티켓다방, 출장마사지, 유흥주점 등 유사 성매매 업소에 종사했고, 나머지는 직업을 못 가진 것으로 나타나 성매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의 부작용은 김상권 한라대 교수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 ‘성매매특별법과 성폭력범죄’ 칼럼에서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반 만에 성매매 집결지가 급격히 사양화되고 러브호텔이 불황에 시달리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바이러스성 성병 확산과 어린이 대상 성폭력 사건 급증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성매매특별법으로 공급과 수요가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사업 위험을 증가시켜 성매매 가격의 상승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철값이 올라가면 고철 도둑이 극성이고, 기름값이 올라가면 기름 도둑이 발생하는 것처럼 성매매 가격의 증가는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매매특별법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주문했다. 부작용에 대한 관점은 이선주 위원과 ‘성매매 보고서’와는 다르지만, ‘성매매특별법’의 문제점과 실효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여성단체연합, “풍선효과, 음성적 성매매 유포는 성매매방지법 ‘딴지걸기’”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여성계는 발끈했다. 성매매처벌법이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확대·강화한 대체 입법이며,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고 성매매 여성을 범법자에서 피해자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함에도, ‘풍선효과’와 ‘실효성’ 등을 들어 ‘딴지걸기’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애초 언론과 기득권은 입법 당시부터 풍선효과 운운하며 딴죽을 걸었다”며 “윤락행위방지법 시행에도 불법·음성적인 성매매가 확대·다양화돼 이 법만으로 다스릴 수 없어 성매매처벌법으로 강화한 것”이라며 “성매매방지법으로 음성적인 성매매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를 근절하고 예방하기 위해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성폭력이 늘어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폭력은 (자신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해 타인의 인권이나 성적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는 의식에서 나오기 때문에) 성산업과 비례해서 나타난다”며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보는 한 성폭력과 성산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성매매가 범죄라는 의식이 생겼고, 집창촌을 중심으로 단속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수십년간 성매매 산업이 활개를 친 상황에서 1~2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실효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고 지속적 단속이 뒤따라야 하며, 경찰과 사법부가 사명감을 갖고 강력한 법적용을 해야 한다”며 “성매매 방지를 위해 효과적인 것은 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인 만큼 남성을 포함한 국민의 성의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학교나 기업에서의 인권 및 성평등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이나 박계동 의원의 동영상, 과거 김충환 의원의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30살 전후 결혼 적령 시기까지 12년 동안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게 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등의 발언 등에서 보듯 남성들의 성의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며 배고프다고 해서 남의 것을 뺏어먹지 않는 것처럼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의식전환을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하경주씨도 “성매매방지법으로 성매매가 늘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성매매가 여성의 몸을 물건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일종의 성폭력(성범죄)”라며 “성폭력 당하는 여성을 대신해 성매매 여성이 남성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남성의 시각이 잘못된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찰과 사법부뿐 아니라 남성들이 성매매의 문제점과 이 법의 시행 취지를 깨닫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박계동 의원 건에서 보듯 ‘성매매가 관례적이고,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남성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방지법이 적용되기 한 달 전인 2004년 8월 506개였던 서울의 사창가 성매매 업소는 같은 해 11월 444개, 지난해 12월 278개로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 성매매 여성도 2004년 8월 1523명에서 지난해 12월 678명으로 약 60% 줄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이씨는 그 이유로 “성매매는 특별한 전문성이나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지만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여타 직업을 가지기 위한 비용은 대단히 크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성매매 여성이 다른 직업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당국은 집행력의 한계로 인해 다양하게 산재한 섹스서비스 공급업소들을 모두 단속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장 가시적인 거래경로인 집창촌 등 전통형 성매매업소들을 단속하고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행 방식이 성매매 축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성매매처벌법 시행으로 “새로운 거래경로를 모색하는 신규 진입자들은 색출과 처벌이 어려운 새로운 업태를 고안해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고 주택가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 성매매 공급자들이 산재하게 될 경우 섹스서비스 수요자들의 섹스서비스 접근성은 과거 집창촌의 경우보다 용이하게 되고 그 탐색비용도 감소하게 된다”며 “시장을 독점상태나 이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고 유통경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확대해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 뒤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특정지역으로 한정하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보다는 인신매매, 청소년 고용 등에 대한 선별적인 제재와 처벌이 바람직하며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와 원조교제, 폰팅 등 다양한 신종 거래수단에 의한 성매매의 색출과 제재를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신종의 다양한 유통경로에서 비용을 축소하는 성매매에 대한 색출과 처벌을 법에 따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시행 당시 김강자 전 총경 등이 우려한 ‘풍선효과’가 현실화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 전 총경은 ‘미아리 텍사스’ 등 이른바 ‘전업형’ 매매춘을 집중 단속할 경우, 해당 지역의 매매춘은 없어지지만 매춘 여성들이 다른 지역이나 주택가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현실에 기반한 점진적 단속정책”을 주장했다. ◇ “성매매특별법 이후 신종 성매매 더 늘었다”
성문화 개선을 위한 의식 개선과 자발적 참여을 유도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개최한 ‘화이트타이 대학가 페스티벌’이 열린 10일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행사장에서 대학생들이 대학 내 성문화를 풍자한 댄스 퍼포먼스를 연기하고 있다.‘화이트타이’란 ‘성매매특별법’발효를 계기로 성매매,성폭력에 침묵하지 않는 남성의 신사도를 의미한다.김경호기자jijae@hani.co.kr
법시행 이후 서울의 대표적 홍등가인 미아리와 청량리, 천호동 등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한 안마시술소와 룸살롱은 무풍지대다. 현재 강남에만 100여곳의 안마시술소가 성업 중에 있으며, 논현동과 신사동 등 원룸촌을 중심으로 ‘가택 마사지’가 성행하는 등 변칙 성매매가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은경 연구위원 연구팀이 지난해 8∼12월 서울·수도권의 20∼60살 남성 448명과 성매매로 처벌전력이 있는 남성 509명, 성을 팔다 처벌받은 여성 78명과 쉼터에 거주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 96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벌여 지난 3월 펴낸 ‘성매매문화’ 심층분석 보고서를 보면,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남성 5명 가운데 1명꼴로 성을 사고 있었고, 구매장소는 주로 안마시술소와 인터넷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사이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89명)의 63%, 검찰처분 성구매자(480명)의 36%가 안마시술소를 통해 성을 샀다고 답변했다. 또 검찰 처분을 받은 남성 509명 가운데 39.3%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성을 산 것으로 드러나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나타났음을 보여줬다. ◇ “성매매 여성, 방지법 시행 이후 85% 유턴
방지법으로 어린이 대상 성폭력 등 성범죄 증가”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진출을 지원한다는 취지 역시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여성위 소속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2월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와 함께 전국 집창촌 성매매 여성 999명을 상대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집창촌의 매춘 여성 3명 중 2명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 성매매를 처음 시작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매춘을 그만 둔 여성도 80% 이상이 집창촌으로 되돌아갔다. 성매매방지법이 집창촌 여성을 위한 대책이었는지를 의문케하는 결과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5%인 644명이 성매매법 시행 이후 집창촌에 들어와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35.5%(355명)는 법 시행 이전부터 성매매업에 종사해 왔다. 성매매법 시행 이전부터 매춘을 해왔다는 355명 중 302명(85%)은 단속 강화로 집창촌을 떠났다가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원직에 복귀했다. 또 302명의 절반 이상은 집창촌을 떠난 기간에 안마시술소나 티켓다방, 출장마사지, 유흥주점 등 유사 성매매 업소에 종사했고, 나머지는 직업을 못 가진 것으로 나타나 성매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의 부작용은 김상권 한라대 교수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 홈페이지에 ‘성매매특별법과 성폭력범죄’ 칼럼에서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반 만에 성매매 집결지가 급격히 사양화되고 러브호텔이 불황에 시달리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바이러스성 성병 확산과 어린이 대상 성폭력 사건 급증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성매매특별법으로 공급과 수요가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사업 위험을 증가시켜 성매매 가격의 상승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철값이 올라가면 고철 도둑이 극성이고, 기름값이 올라가면 기름 도둑이 발생하는 것처럼 성매매 가격의 증가는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성매매특별법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주문했다. 부작용에 대한 관점은 이선주 위원과 ‘성매매 보고서’와는 다르지만, ‘성매매특별법’의 문제점과 실효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여성단체연합, “풍선효과, 음성적 성매매 유포는 성매매방지법 ‘딴지걸기’”
지난해 9월21일 인천 여성의전화가 운영하는 쉼터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자’는 의미로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인천 여성의전화 제공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여성계는 발끈했다. 성매매처벌법이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확대·강화한 대체 입법이며,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고 성매매 여성을 범법자에서 피해자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함에도, ‘풍선효과’와 ‘실효성’ 등을 들어 ‘딴지걸기’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애초 언론과 기득권은 입법 당시부터 풍선효과 운운하며 딴죽을 걸었다”며 “윤락행위방지법 시행에도 불법·음성적인 성매매가 확대·다양화돼 이 법만으로 다스릴 수 없어 성매매처벌법으로 강화한 것”이라며 “성매매방지법으로 음성적인 성매매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를 근절하고 예방하기 위해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성폭력이 늘어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폭력은 (자신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해 타인의 인권이나 성적인 권리를 침해하거나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는 의식에서 나오기 때문에) 성산업과 비례해서 나타난다”며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보는 한 성폭력과 성산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 제정으로 성매매가 범죄라는 의식이 생겼고, 집창촌을 중심으로 단속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수십년간 성매매 산업이 활개를 친 상황에서 1~2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실효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고 지속적 단속이 뒤따라야 하며, 경찰과 사법부가 사명감을 갖고 강력한 법적용을 해야 한다”며 “성매매 방지를 위해 효과적인 것은 수요를 차단하는 정책인 만큼 남성을 포함한 국민의 성의식이 개선되어야 하며, 학교나 기업에서의 인권 및 성평등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이나 박계동 의원의 동영상, 과거 김충환 의원의 ‘성매매를 완전히 중단시킬 경우 30살 전후 결혼 적령 시기까지 12년 동안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게 되는데 대안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등의 발언 등에서 보듯 남성들의 성의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며 배고프다고 해서 남의 것을 뺏어먹지 않는 것처럼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의식전환을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하경주씨도 “성매매방지법으로 성매매가 늘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성매매가 여성의 몸을 물건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일종의 성폭력(성범죄)”라며 “성폭력 당하는 여성을 대신해 성매매 여성이 남성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남성의 시각이 잘못된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매매방지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찰과 사법부뿐 아니라 남성들이 성매매의 문제점과 이 법의 시행 취지를 깨닫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박계동 의원 건에서 보듯 ‘성매매가 관례적이고,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 범법행위가 아니’라는 남성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방지법이 적용되기 한 달 전인 2004년 8월 506개였던 서울의 사창가 성매매 업소는 같은 해 11월 444개, 지난해 12월 278개로 절반 가까이 문을 닫았다. 성매매 여성도 2004년 8월 1523명에서 지난해 12월 678명으로 약 60% 줄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