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20일 오후.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성북구 하월곡동의 죽 늘어선 성매매 업소에 `영업개시'를 알리는 불이 군데군데 켜지면서 몇몇 `이모'가 의자를 들고 업소 앞에 나란히 앉기 시작했다.
한 업주는 추석연휴에 귀향한 업주와 여성 종업원이 많아 이날은 특히 문을 연 업소가 적다고 했다.
이 곳의 업주와 종업원의 외부인을 보는 시선은 냉랭했다. `요즘 영업이 어떠냐'는 질문에 `더 이상 뭘 물어 볼 게 있어 또 왔느냐'는 식의 싸늘한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한 업주는 "성매매특별법에다 3월 5명이 숨진 `화초정' 화재로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며 "어디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남아 근근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업주는 "남성전용 이발소나 안마시술소, 룸살롱에선 불야성을 이루며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때만 되면 만만한게' 우리 뿐"이라며 "이곳은 (언론의) `카메라용'"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예전에는 대부분 외상 거래를 했는데 요즘 이곳이 성매매특별법의 `시범케이스'가 되다 보니까 영업이 안돼 외상값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 거의 현금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 주인은 "이 곳은 졸속으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으로 `겉핥기식' 단속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일정한 생계 수단을 마련해주고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슈퍼마켓에 들른 한 업주는 "`아가씨'들이 이 곳에서 돈을 못 버니까 노래방 도우미나 출장 안마 등으로 상당히 빠져 나갔다"며 "이 곳은 보건이나 인명사고에 대해 감시의 손길이 미치지만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이 곳도 곧 개발된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미아리 텍사스'는 없어지지 않겠나"라며 "이제 기사 쓸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종종걸음을 치며 골목을 돌아갔다.
여 종업원과 성구매 남성이 오가다 야식을 먹던 포장마차는 줄에 꽁꽁 묶여 엊그제 내린 빗물에 젖은 채 골목입구에서 자기자리를 찾지 못하고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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