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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입시경쟁, 청소년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다

등록 2007-04-16 13:48수정 2007-04-16 13:55

▲새벽등교, 야간자율학습, 심야학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새벽등교, 야간자율학습, 심야학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고3 수험생의 학교생활 이야기
불규칙한 식사, 수면부족, 장시간 공부 등으로 청소년의 몸이 병들고 있다. 최근 몇몇 학교에서 0교시가 속속 부활하면서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더욱 늘고 있다. 특히 2008학년도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은 하루 3~4시간 자면서 하루 20시간을 공부에 몰두한다.

0교시, 보충수업, 야자, 과외까지…하루가 너무 짧아

ㅅ여고에 다니는 김진아(고3)양은 3학년에 올라와서 하루에 4시간 밖에 못 잔다.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잠자리에 눕는 시간은 새벽 3시, 오늘 하루도 어떻게 지내왔나 싶다.

그는 7시에 일어나자마자 교복만 입고 학교로 출발한다. 아침밥은 중학교 때부터 안 먹었다. 잠 잘 시간도 부족해서 한 번 두 번 거르다 보니, 이제는 아침에 음식을 먹는 것이 부담스럽고 속도 안 좋다. 학교까지는 버스로 40분, 등굣길에는 영어단어를 외운다.

7시 50분까지 등교해서 8시 30분까지 자율자습을 하면서 영어듣기를 한다. 김 양은 “평소에 따로 듣기를 할 시간도 없고, 30분을 활용해서 공부하기에는 듣기평가가 딱이에요”라고 말한다. 다른 친구들은 수학문제집을 풀기도 하고, 잠이 부족한 몇몇은 잠깐 눈을 붙인다.

학교 수업은 1교시~3교시를 끝내고 11시 20분에 점심을 먹는다. 급식실 공간 부족으로 다른 학년보다 1시간 빨리 점심을 먹는다. 이어 4교시~7교시까지 하면 정규수업은 끝. 하지만 두 시간짜리 보충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 언어, 수리, 사탐, 외국어 등 5과목에 15만원이다.

보충을 마치고 6시 20분부터 저녁을 먹고 나면 10시까지는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그는 “저희 반은 조용한 편이라서 괜찮다”고 한다. 학원이나 과외를 하는 경우 야자를 빼주지만, 3학년들은 거의 대다수 야자를 하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일주일에 네 번은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어, 수학 과외를 한다. 그렇게 과외를 마치고 숙제를 하거나 사회탐구영역 공부를 하면 새벽 3시가 넘는다.

감기 달고 살지만, 병원 한번 제대로 못가

특히 요즘에는 감기를 몸에 달고 살아서 자꾸 나오는 기침에, 몸살기운에 몸이 더욱 힘들다. 같은 반 친구들도 감기나 소화불량에 시달려 하루에 두 세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밥을 거르는 일도 있다. 심한 경우 허리나 어깨 통증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치료를 받기도 한다.

김 양은 “교실은 워낙 따뜻한데 아침, 저녁으로는 날씨가 싸늘해서 감기가 자주 걸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면 병원 갈 시간도 마땅찮아 약국에서 산 종합감기약을 먹고 있다. 양호실에 가도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 그냥 책상에 엎드려 있곤 한다.

한편 그는 고3 생활 중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성적과 주변사람들의 기대라고 한다. “가고 싶은 학교나 과는 따로 있지만, 자기성적을 알 아니깐 참 답답하죠. 또 주위에서는 더 좋은 학교를 원하니깐 그 기대가 부담이 돼요.” 부모님도 늦게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하시지만, “1년만 참아라”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참 이상하다.

설상가상 3월 교육청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는 진학 가능한 대학이 더 낮아졌다. 올해 재수생이 22만 명이라는 소문 때문에 모의고사에서 받은 등급에서 2~3등급은 더 내려간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더욱이 수업마다 “그렇게 공부해서는 충청도권 학교 간다”라고 으름장을 놓는 선생님의 말에 더욱 기가 꺾인다.

“수능 보고 나면 영화도 실컷 보고, 놀이공원도 가고 싶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김 양은 그렇게 또 책장을 넘긴다.

하루 3시간 수면, “몸이 얼마나 버텨낼지…”

서울 ㅈ고등학교 이종민(고3)군은 고3에 올라와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원래도 심장이 좋지 않았는데, 무리한 공부로 최근에는 응급실에 두 번이나 실려 갔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몸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당장 공부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군은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를 해서 저녁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7~8교시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보충수업을 듣는다. 성적에 따라 나누어 진행하는 보충수업,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반은 두 달에 15만원이다. 한 달에 한번 있는 CA시간에는 논술수업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장 학원으로 가 새벽 3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소위 ‘스카이(SKY)’로 불리는 상위권 대학 진학 희망자 5명 내외를 대상으로 한 입시 전문학원 종합반에 다닌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이 군의 평균 수면시간은 하루 세 시간 남짓. 지난달에는 과로로 쓰러져 두 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졌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다.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학원을 쉬었는데, 집에서 혼자 하려니깐 너무 힘들고 나만 뒤떨어지는 것 같아 불안했어요. 또 집이나 학교에서의 압박도 심했고요.”

경계심으로 가득 찬 교실, 친구관계가 제일 힘들어

그러나 고3이 되고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삭막해진 친구관계이다. 남학교이지만 서로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만만찮다. TV 뉴스에서만 들어봤던 경쟁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것. “시험기간에는 교과서와 노트가 진짜 없어져요.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자기관리가 더 철저해 지죠. 필기도 안 보여 주고, 수업 끝나고서는 사물함 자물쇠를 꼭 채우고 가요.”

그야말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현실의 중앙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 군은 함께 뛰어 놀던 친구들이 대입 앞에서 지나친 경계심이 생긴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런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어 교사나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이종민 군. 수능시험 보기 전까지 몸이 버텨낼 수 있을지 가장 걱정이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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