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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준 얘들아,고마워

등록 2007-02-11 17:12

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 잘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자라고 있다.

어느 날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듯이’라는 이어령님의 시를 읽은 적이 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아무리 부어도 밑 빠진 독처럼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흘러버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콩에서 예쁜 뿌리가 싱싱하게 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이들 키울 때도 그렇다. 콩나물처럼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모르게 무럭무럭 자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참 뭉클했던 것도 그래서다. 교직 생활에서 발생하는 해답 없는 여러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게 자란다. 태어난 환경도, 부모도, 타고난 생김새도 모두 다르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참 답답하게 크는 아이들도 한 반에 꼭 몇 명씩은 있다. 어떤 아이는 절대로 말을 하지 않고, 어떤 아이는 절대 공부를 하지 않는다. 또 하루에 한 번씩 다른 아이와 다퉈야 속이 시원한 아이도 있고, 아무리 주의를 줘도 장난을 안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못 견디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이렇게 가르쳐도 아이들 귓속에 귀딱지도 못 남기는 것 아닐까?’하는 한탄 비스무리한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기적도 일어난다. 곱셈을 잘 못하는 아이가 어느 날 수학 시험에서 백점을 맞았을 때, 말수 없는 아이가 손을 들어 씩씩하게 발표할 때 등. 그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아주 특별하고도 근사한 그 무엇이다. 하지만 난 늘 ‘저 아이가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반드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칭찬을 해주리라’고 수백 번 다짐하다가도 그런 기적의 순간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데 고작 하는 말이 “잘했구나”다.

2005년 처음으로 아이들을 맡아 가르칠 때, ‘내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이 아이들이 하나도 크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했었다. 그러다 1년이 지나 우리 교실에 놀러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깜짝 놀라곤 한다. ‘얘가 언제 이렇게 컸냐?’

이제 2006년도 다 가고, 아이들을 새 학년으로 올려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보면, ‘가르친 것이 하나도 헛되지 않았다’는 작은 보람에 뿌듯하다.

지난 해, 참 힘들었지만 무척 보람된 한 해였다. 한참 힘들 때는 하나님께서 나를 보신다면 ‘내게 그 어떤 아이도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덥석 안아줄 수 있는 큰 마음을 선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었다. 하지만 한 아이가 건네준 편지 한 장을 읽으며, 나는 그 선물을 예전에 이미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고 무슨 말인지 두번은 읽어야 알 수 있지만,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이다.


선생님께,

선생님이 많이 고생 하셔서 제게 공부도 가르쳐 주시고, 칭찬도 해주시고, 색연필도 열심히 빌려 주신 저는 과학자가 되어서 선생님께 편지를 쓸 것이에요.

이 편지는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이자 상장이에요. 보시고 저에게 많이 칭찬을 해주세요.

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ozoazoay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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