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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잘난 요즘 애들, 그래도 ‘다방구’는 모를걸

등록 2006-11-19 17:55수정 2006-11-20 16:04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다들 “요즘 아이들 어쩌구 저쩌구…” 씹어댄다. 그런데 사실 요즘 아이들 우리 때만 못한 게 하나도 없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코밑에 ‘누런 기찻길’ 나란히 달고 다니는 애들 많았다. 나부텀도 가슴팍에 손수건을 달고 다녔으니까. 여학생들 중엔 싹둑 자른 상고머리 아래 하얀 서캐가 설설 기어 내려오는 애가 있었으니 남학생들은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 ‘누런 기찻길’, ‘서캐’ 하면 뭔 얘긴지 모른다. 그만큼 깨끗하다는 거다. 아니, 너무 깨끗해 탈이다. 늦게 일어나 밥은 못 먹어도 머리는 감고 오는 애들이니까.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몰래 <플레이보이> 한두 장 보던 그 옛날의 우리 수준이 아니다. 동영상으로 완벽하게 보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다. 수능 시험만 해도 그렇다. ‘암기 문제’는 출제도 안 되니 해박한 지식만을 뽐내던 선생들이 오히려 맥을 못 춘다. 그런데 반해, 요즘 애들은 창의력, 순발력에, 기발함까지 갖춰 선생보다 문제 더 잘 푼다. 컴퓨터만 해도 선생이 애들한테 배운다. ‘컴퓨터 도우미’라 하여 아예 각 반에 한 명씩 지정할 정도. 그래서 어떤 선생은 웬만한 업무 애들 손을 빌릴 때가 있다. “쑥스러워 하는 표정 보내려면 뭐 눌러야 돼?” 애들 없으면 생활(?)이 다 곤란할 정도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 하나같이 다 잘 생겼다. 영양 상태도 좋아 키도 훤칠하고 피부도 허여멀겋다. 물론 체력은 옛날만 못하다고 하지만 그거야 뭐 옛날처럼 악다구니 쓰며 살아야 할 필요가 없는 시대 아닌가. 말 그대로 룰루랄라 즐거운 세상이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시대다. 그러다보니 우리 때만 해도 담배 삐딱하게 꼬나물고 인상 팍 쓰는 제임스 딘이 우상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연예인도 개인기 잘해야 하고, 춤 잘 춰야 하고, 또 무지 웃겨야 좋아한다. 선생도 유머 감각 없으면 ‘나홀로 수업’ 하기 딱 좋다. 아니,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 코미디언, 탤런트, 진행자, 아나운서, 너나 할 것 없이 말도 안 되는 말장난에 시덥지 않은 게임하면서 세상이 다 웃고 난리다. 그런데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엉말 웃긴다.

그런 거 보면 우리는 참 불쌍한 세대다. 영화관엘 가도 손수건을 준비했고, 오죽하면 팝송도 <새드 무비(Sad movie)>가 히트쳤을까. 웃어른들이 해주는 얘기라고 해봤자 고생했던 얘기, 못 먹던 얘기, 그리고 끝에 가서는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라“가 다인데, 요즘은 영화도 <투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 배꼽잡는 영화 투성이에, 가수도 립씽크를 하든 말든 기막히게 춤까지 잘 추니 이 아니 흥겨울쏜가.

그런데 그런 요즘 아이들도 우리 때만 못한 게 있다.


“너네들 ‘다방구’가 뭔지 알아? ‘자치기’도 모르지? ‘구슬치기’, ‘기마전’, ‘땅따먹기’ 다 모르지?” “?” “너네들은 그런 것도 모르냐?” “???”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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