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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난장판’ 축제? 난 좋기만 하더라

등록 2006-10-15 19:48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여학생인지 아가씨인지 모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인(?)들이 마음대로 활보를 한다, 남자 고등학교에서. 떡볶이, 순대, 핫도그, 감자, 김밥, 국수, 빈대떡, 닭꼬치 등을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다, 그것도 친구 엄마한테서. 선생, 학생은 물론이요, 학부모와 연애인까지 서로 격의 없이 마구 논다, 더욱이 밤늦게까지….

축제다.

강당 가득 메운 아이들. 왁자지껄이다 못해 도깨비시장이다. 할아버지 모자에, 누나 입던 치마까지 입고 나와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얘긴지, 뭐라고들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깔깔대는 걸 보면 재미있는 것 같긴 한데 뭐가 그렇게들 우스운지. 밴드부 공연 도중이다. 얼마나 떠들어대면 지휘하던 선생님이 뒤돌아서 지휘봉을 입에다까지 갖다댈까. 그러나 애들은 그것마저 지휘의 일종이라며 휘파람에 환호성이다. 한 아이의 피아노 연주 때는 더 가관이다. 리스트의 ‘타란텔라’을 연주한다기에 음악감상 좀 하려 했더니 한 학생이 불쑥 일어나 휴대폰을 받는다. 시끄러운 피아노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리는지 한 손으로 다른 쪽 귀를 막으며 뒤로 걸어 나간다. 그리곤 마치 중요한 사업 결재라도 하듯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며 발로 바닥을 ‘툭툭’ 찬다. 저런 놈 야단치지 않고 뭐하나 둘러보니 이미 선생님들도 옹기종기 모여 정담 중. 어느새 무대 위에선 또 다른 아이가 마이크를 휘어 잡은 채 온몸을 비틀고, 이에 맞춰 이쪽저쪽 두더지 게임마냥 불쑥불쑥 일어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며 휴대폰 열댓 개를 압수해 오는 학생과 선생님. 그것도 모르고 아직 휴대폰으로 게임 하느라 정신없는 아이. 축제는 점점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공부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아마 전교 1등 했을 거라고 입 가진 선생님은 다 한 마디씩 하는 동아리 전시회. 그럼, 도대체 얼마나 잘 했길래 그럴까. 그러나 밤샘 작업까지 했다는 게 고작 전시실을 어두컴컴한 나이트클럽장으로 바꾼 것밖에는 도대체가 한 게 없다. 학보사 전시라고 가 봤더니, 원, 벽 한 쪽, 그것도 한 귀퉁이에 일간신문 대문짝만하게 활짝 펴 붙여 놓고는 끝이란다. 그리고는 뭐, 신문 선정하는데 고심했다나 어쨌다나.

대부분의 동아리들이 동아리와는 상관없는 타로 카드에, 손금보기, 까페, 노래방, 컴퓨터 게임만 잔뜩 설치해 놓았으니,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모든 전시실을 ‘야시시한’ 공간으로 만든 이유는 그들의 전시 목적이 바로 ‘여학생’에 있기 때문이다. 동아리 홍보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얼마나 많은 여학생들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확보하느냐, 그리고 학부모나 선배, 그리고 선생님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자금을 타내느냐에 그들의 관심사가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문학의 밤’ 행사라는 것밖에 해본 적 없는 ‘그때 그시절’의 그분들은 이런 고등학교 축제에 대해 말들이 많다, 말세라고.

그러나 난 축제가 좋다. 수업 안 해 좋고, 먹을 게 많아 좋다. 특히 여자(?)들이 북적대 너무 너무 좋다. 우리 땐 ‘축제’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없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이렇게 날 잡아 놓고, 날밤 새 가며, 온갖 음식에, 사람들과 왁자지껄 얘기도 나누고,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연애인 노래 직접 듣고,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여자 사귀고, 게다가 돈까지 벌어 가며 기이냥 논다!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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