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300일 맞은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
“코스콤이 사용자” 판결 불구…복직까지 먼길
“코스콤이 사용자” 판결 불구…복직까지 먼길
내레이션 : (2008년 7월 16일 국회 앞) 무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후덥지근한 날입니다. 한 남자가 삼십 미터 상공의 CCTV 탑 위로 오릅니다. 같은 시각, 당산철교·한강대교·마포대교 앞 시시티브이(CCTV)탑에도 사람이 올라갑니다. 이들은 왜 이 위로 올라간 것일까요?
[%%TAGSTORY1%%]
“한달 130∼140만원 받았으니까, 한 5∼6배 차이 나”
내레이션 : 이랜드 뉴코아 사태와 더불어 대표적 비정규직 투쟁으로 손꼽히는 코스콤사태. 쟁점은 코스콤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실질적 사용자가 맞느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조용관(코스콤비정규직노조 조합원) : 일한 지 16년차입니다. 회사를 위해서 진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에 대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별이 심하다고 들었다.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는?) 제가 한 달에 130∼140만원 사이를 받았으니까요, 한 5∼6배 되는 것 같습니다. 길어야 한 100일 정도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고요. 내레이션 : ‘회사는 성실교섭에 임하고 노조 활동을 인정하라’ 소박한 요구로 시작한 파업이었습니다. (2008년 3월 11일 새벽 5시께. 코스콤비정규직노조 천막농성장을 영등포구청 용역과 회사 쪽 용역 경비원들이 강제철거하고 있다.) 정인열(코스콤비정규직노조 부지부장) : 경찰하고 용역 깡패 투입해서 왜 이러는 겁니까? 20년을 일해도 고용보장 안 되고, 영원히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 심정을 압니까? 내레이션 : 182일 동안 함께했던 이들의 농성장을 구청과 회사 쪽 용역 경비원들은 너무도 쉽게 뜯어내 버렸습니다. 지난 7월 11일. 원청회사가 하청업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때는 이를 직접 고용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코스콤비정규직 노조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조용관(코스콤비정규직노조 조합원) : 그 대법원 판결을 보고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는 계속 법적 판단에 따라서 교섭의 시작을 판단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판결에 대해서는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3자대화 무산…정연태 신임 사장 “정규직과 많은 간격” 내레이션 : 6일 뒤, 신임사장 정연태씨가 농성장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직접고용이 될 것 같다며 회사, 비정규직노조, 정규직노조 3자 대화를 제안했습니다.(정연태 사장은 현재 낙하산 논란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연태(코스콤 사장) : 제가 할 수 있는 재량이 많지가 않아요. 회사 내에는 또 정규직 노조가 있단 말입니다. 76명 전부를 다 직접고용을 해 달라…저희 입장에서는 그것도 문제없어요, 솔직한 얘기로. 그런데 문제는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이렇게 하면서 내부에 있는 직원들과 정규직 노조와 많은 간격이 생겼습니다. 서로 이해하는 간격. 내레이션 : 그러나 제안은 한 시간 만에 무산됩니다.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사장실을 항의 방문하여 대화제안을 백지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코스콤쪽 관계자 : 정규직 노조가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다 싫어해요. 솔직히 얘기하면. 회사 망하게 하겠다고 하고 돌아다니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저기 나가서 데모하는 것도 난 좀 이상해. 왜 저렇게… 아무튼 이해가 안 돼 난 솔직히. 코스콤정규직노조 관계자 : (사장이 제의한 3자 대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사장실에 항의방문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거는 뭐…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장이 사의표명을 해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하니까.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입장이 뭔가? 직접 고용에 반대하나?) 그거는 뭐…전체적으로 봐야 하니까. 그거는 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고공시위 정인열 부지부장 “탑 올라가다가 손 놓쳐 죽을 뻔”
내레이션 : 위기감에 휩싸인 코스콤비정규직노조는 결국 마지막 힘을 짜내 싸우기로 합니다. 목숨을 건 동시다발 고공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300일이 넘는 농성으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정인열씨는 결국 하룻밤 만에 탈진하여 고공시위를 접어야 했다. 그를 병원에서 만났다.)
정인열(코스콤비정규직노조 부지부장) : 탑 올라가다가 손 놓쳐가지고 죽을 뻔하고…굉장히 겁이 나더라고요. (왜 굳이 그렇게 위험한 시위를 했나?) 모르겠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참 단순한 거 같아요. 단순하지만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것들. 지금 실제로 많은 분들이, 나는 비정규직 아니겠지, 나는 비정규직 안 되겠지. 이런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 저도 그 생각을 했던 사람 중의 하나고요. 되게 서러워요. 회사가 이제 겨우 움직인 것이거든요. 그런데 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노조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회사에 그렇게 조건을 걸었는지 참. 엄마, 아빠 미안하고요. 그래도 마음고생 심했지만 그래도 뒤에서 지원해 주셔서 고맙고, 그리고 내가 하는 것이 헛된 것 아니니까…
“한국 간접고용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
내레이션 : (2008년 7월 18일 서울 남부지법) 오늘은 코스콤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자 지위확인소송 선고공판일입니다. 판결은 십분 만에 끝나고, 곧바로 기자회견이 열립니다. (“운영 독립성이 없는 이들 회사에 대한 코스콤의 도급 행위는 위장도급이고, 코스콤은 이들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 서울 남부지법 민사3부)
정용건(전국사무금융연맹 위원장) : 오늘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74명 중에서 66명의 동지가 직접고용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았습니다. 사실상 전원이 근로자임을 확인받게 된 것 같습니다. 아이의 우유 값이 없어서 야간에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반장이 되겠다는 아이를 말리기 위해서 선생님을 찾아가서 말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우리의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는 줄곧 법원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300일 넘게 교섭을 거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박사) : 간접 고용은 원천적으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의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간접고용의 확산이 매우 심각한 나라라는 점에서 중요한 판결이고 또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까지 가야 할 판결이고, 그러다 보면 1, 2년 정도 더 걸릴 수도 있죠.
코스콤쪽 관계자 : (판결에 대해서) 지금은 아직 뭐. 그거에 대한 입장이 아직…오늘까지 회의를 해 봤는데도 아직 확정이 안 됐어요. (항소할 수도 있나?) 상황에 따라서 그건 뭐…
코스콤정규직노조 관계자 : 구성원들이 많이 마음이 상했거든요. 1년 동안 그분들이 했던 것을 보고. 또 이게 판결 결과가 그 사람들이 얘기했던 주장대로 다 된 것이 아니잖아요.
대법원까지 1~2년 더 걸려…“이제부터 잘 지내고 싶다”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박사) : 생활하시기 어려운 비정규직들이 버텨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좀 있습니다. 하청뿐만 아니라 원청까지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 및 근로 조건, 그리고 고용승계에 관해서 일정하게 책임을 져 주는 원 하청 연대책임이 만약 전제가 된다면 사실은 사전에 이런 문제는 좀 봉쇄를 할 수 있는 거죠.
내레이션 : 이 천막에서 얼마나 더 지내야 할지 모릅니다. 정인열씨는 잠시 옛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정인열(코스콤비정규직노조 부지부장) : 2007년 3월에 나온 코스콤 사보예요. 코스콤에서 발행한 사보예요. 이 사람들 진짜 다 가족같이 지내던 사람들이에요. 전부 다. 저는 여기 있잖아요, 사진에. 이건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에요. (이때는 정규직원들하고 사이가 좋았나?) 엄청 잘 지냈죠. 거의 제가 이 회사에서 7년을 일했는데, 그 7년을 일한 이유가 사실은 그 사람들과의 그 어떤 동료애, 인간적인 신뢰 하나 갖고 제가 7년을 버틴 거거든요. (사태 해결되고 직장으로 돌아가면 정규직원들에게 뭐라고 말하겠는가?) 이제부터 그냥 잘 지내보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아무리, 물론 그게 잘 지내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태해결이 되면 오히려 저희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더 넓은 아량으로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레이션 : 이들이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글·영상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떠도는 ‘표류정부’
▶ MB, 없앴다가 살리고 보니 ‘어! 노무현 정부네’
▶ 비구름 어디로 튈지 몰라 ‘기상청 속앓이’
▶ 이명박 대통령 아들 ‘낙하산 인턴’ 뒷말 무성
▶ 촛불 진압 전경 뒤 ‘사복’, ‘이분들’이 누구신고?
조용관(코스콤비정규직노조 조합원) : 일한 지 16년차입니다. 회사를 위해서 진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에 대한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별이 심하다고 들었다.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는?) 제가 한 달에 130∼140만원 사이를 받았으니까요, 한 5∼6배 되는 것 같습니다. 길어야 한 100일 정도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고요. 내레이션 : ‘회사는 성실교섭에 임하고 노조 활동을 인정하라’ 소박한 요구로 시작한 파업이었습니다. (2008년 3월 11일 새벽 5시께. 코스콤비정규직노조 천막농성장을 영등포구청 용역과 회사 쪽 용역 경비원들이 강제철거하고 있다.) 정인열(코스콤비정규직노조 부지부장) : 경찰하고 용역 깡패 투입해서 왜 이러는 겁니까? 20년을 일해도 고용보장 안 되고, 영원히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 심정을 압니까? 내레이션 : 182일 동안 함께했던 이들의 농성장을 구청과 회사 쪽 용역 경비원들은 너무도 쉽게 뜯어내 버렸습니다. 지난 7월 11일. 원청회사가 하청업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할 때는 이를 직접 고용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코스콤비정규직 노조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조용관(코스콤비정규직노조 조합원) : 그 대법원 판결을 보고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는 계속 법적 판단에 따라서 교섭의 시작을 판단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판결에 대해서는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3자대화 무산…정연태 신임 사장 “정규직과 많은 간격” 내레이션 : 6일 뒤, 신임사장 정연태씨가 농성장을 찾아왔습니다. 그는 직접고용이 될 것 같다며 회사, 비정규직노조, 정규직노조 3자 대화를 제안했습니다.(정연태 사장은 현재 낙하산 논란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연태(코스콤 사장) : 제가 할 수 있는 재량이 많지가 않아요. 회사 내에는 또 정규직 노조가 있단 말입니다. 76명 전부를 다 직접고용을 해 달라…저희 입장에서는 그것도 문제없어요, 솔직한 얘기로. 그런데 문제는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이렇게 하면서 내부에 있는 직원들과 정규직 노조와 많은 간격이 생겼습니다. 서로 이해하는 간격. 내레이션 : 그러나 제안은 한 시간 만에 무산됩니다.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사장실을 항의 방문하여 대화제안을 백지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코스콤쪽 관계자 : 정규직 노조가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다 싫어해요. 솔직히 얘기하면. 회사 망하게 하겠다고 하고 돌아다니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저기 나가서 데모하는 것도 난 좀 이상해. 왜 저렇게… 아무튼 이해가 안 돼 난 솔직히. 코스콤정규직노조 관계자 : (사장이 제의한 3자 대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사장실에 항의방문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거는 뭐…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장이 사의표명을 해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하니까.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입장이 뭔가? 직접 고용에 반대하나?) 그거는 뭐…전체적으로 봐야 하니까. 그거는 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고공시위 정인열 부지부장 “탑 올라가다가 손 놓쳐 죽을 뻔”
정인열(30)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대교 북단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철탑에 올라가 ‘불법 해고 철회,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떠도는 ‘표류정부’
▶ MB, 없앴다가 살리고 보니 ‘어! 노무현 정부네’
▶ 비구름 어디로 튈지 몰라 ‘기상청 속앓이’
▶ 이명박 대통령 아들 ‘낙하산 인턴’ 뒷말 무성
▶ 촛불 진압 전경 뒤 ‘사복’, ‘이분들’이 누구신고?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