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알리안츠생명 노조원들이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서 ‘5월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파업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원들은 이날로 파업 99일째를 맞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친기업정부와 탐색기’ 노동계 평화집회 계획
파업 몸살앓는 비정규직투쟁 쟁점화 소극적
6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신호탄 될 가능성
파업 몸살앓는 비정규직투쟁 쟁점화 소극적
6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신호탄 될 가능성
1일은 노동계로부터 ‘노동정책 없는 정부’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 들어 맞이한 첫 노동절이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문제 등을 두고 연일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던 노동계가 의외로 ‘조용히’ 노동절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일 서울 대학로 등 12개 지역에서 기념대회를, 한국노총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마라톤대회’를 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라는 구호를 내걸긴 했지만, 모두 평화적인 기념행사다.
노동계가 ‘친기업’적인 정부에 칼날을 세우면서도, 당장 싸움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전선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개 정국’이란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으니 노동계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경기침체로 사업장마다 ‘노사화합선언’이 잇따르는 분위기 탓도 있다. 올해 노사화합선언을 한 사업장은 215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2곳에 비해 41% 가량 늘었다.
올해 노동계 투쟁의 ‘신호탄’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6월말~7월초 공공부문 관련 ‘총력투쟁’을 위해 6월 19일 임시대의원대회 개최를 결의했다. 그러나 실제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서울지하철 등 단위노조에서는 총력대응하는 순간 이명박 정부에 의해 ‘맛보기’로 당할까봐 싸움을 망설이고 있는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차원의 체계적인 투쟁준비도 부족한 상태”라며 “이대로 가면 노동계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민주노총 중앙이나 각 연맹이 비정규직 투쟁 등 ‘밑바닥’을 끌어안지 못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이 구조조정 위기감에 들썩이고 있는데 상급단체들은 자기 싸움으로 받아안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비정규투쟁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코스콤·이랜드 등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에 대한 연맹 차원의 지원은 끊어진지 오래다. 현대차노조 등은 약속했던 이랜드노조 생계비 지원금을 아직까지도 내지 않았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은 “노동절 기념행사를 이랜드 본사 앞에서 열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연례적인 기념행사로 진행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노동절을 맞아 ‘연대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으로 ‘이원화’된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30일 현재 파업중인 사업장 20곳은 이랜드·뉴코아, 알리안츠생명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30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들이다(표 참고). 지난해 근로손실일수는 53만6천일로, 2006년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이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파업이 줄어든 탓이다. 비정규직이나 중소사업장에서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이런 싸움들은 상급단체의 지원이 없으면 ‘소리없이’ 묻힌다”며 “노조가입률 5%에 불과한 비정규직들의 조직화에 역량을 투입하고, 비정규투쟁에 연대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에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황예랑기자 yrcomm@hani.co.kr
파업 진행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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