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새끼 사자가 걸음마를 하는 데에는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기린이나 사슴과 같은 초식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걷고 뛸 수 있다. 태반의 피 냄새를 맡고 맹수들이 몰려오기 전에 자리를 떠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은 홀로서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이 가장 상위포식자라는 증거다. 갓 태어난 아기는 걷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니 말이다. 이후 목을 가누고, 배를 뒤집고, 걸음마를 하기까지만 1년, 이후 스스로 밥을 먹고, 대소변을 가리고, 도구를 활용하고, 말을 하기까지는 그보다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수고로운 여정을 기꺼이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모들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 가슴으로 낳은 자식 할 것 없이 대부분 부모는 이 일련의 과정들을 인내와 사랑으로 견뎌낸다.
한 생명을 기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말 못하는 아기를 돌보기 위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아기가 기거나 걷기 시작하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어지니 하루하루가 노심초사다. 게다가 육아휴직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직장인들은 젖도 떼지 못한 아기를 두고 직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다 보니 육아에 지친 부모들에게는 어느 순간 인생의 회의가 찾아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인내와 사랑으로 무장한 부모들이라 해도 육아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럴 때 우리는 이 그림 속 아이들은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말캉말캉한 살결이 금방이라도 만져질 것만 같은 아기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자. 이 사랑스러움에 어느덧 육아의 피로는 잊히고 입가엔 미소가 떠오른다. 그렇게 품속에서 느껴지는 아기의 여린 맥박과 숨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이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생명을 지켜주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이 가슴속에서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 마음으로 이렇게 또 하루 육아의 피로를 이겨내는 것, 그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 아닐까.
김선현(차병원ㆍ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현재 대한트라우마협회와 세계미술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예술치료 인턴과정을 수료했고 일본에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미술치료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세월호 사고 학생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같은 ‘국가적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