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유난히 수식어가 많은 계절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우리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자. 가을은 정말 독서의 계절인가? 전어와 대하구이 앞에 두고 소주 마시기 좋으니 하늘은 높고 나는 살찌는 계절이며, 춥지도 덥지도 비가 많이 내리지도 않으니 어디든 놀러 나가기 딱 좋은 '여행의 계절' 아니던가.
한편으로는 또 어떤가.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하반기 실적을 위해 달려야 하는 정신없는 계절이요, 학생들에게는 중간고사의 계절, 수험생들에게는 입시의 계절인데 여기에 민족 대명절인 추석까지 들어 있으니 모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고된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런데 책까지 읽으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
그래서일까? 실제로 가을은 책 판매량이 가장 떨어지는 계절이다. 사람들이 독서를 가장 많이 하는 계절은 오히려 덥거나 추운 계절이라는 통계자료도 나와 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것은 출판 불황의 계절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말도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을 하면 독서가 떠오르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선현(차병원ㆍ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그것은 아마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인 만큼 독서를 통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왔는가 하면 사라져버릴 만큼 짧고 아름다운 계절, 찬바람과 함께 잠들었던 감성마저 깨어나지만 이를 돌볼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리는 야속한 계절, 가을. 하지만 그 속에서 잠시 짬을 내어 책 한 권의 여유를 갖는다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을은 독서가 필요한 계절이라고.
김선현(차병원ㆍ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현재 대한트라우마협회와 세계미술치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 예술치료 인턴과정을 수료했고 일본에서 임상미술사 자격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미술치료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세월호 사고 학생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연평도 포격 피해 주민 같은 '국가적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목을 받았다.
section _ H : 페이스북 바로가기